노정합의 1년 성적표 “간호교대제 A, 의대 증원 F”

노정합의 1년 성적표 “간호교대제 A, 의대 증원 F”

국내 최초 산별노조와 정부 간 협상
합의안 상당수 연구 단계 그쳐…의대 정원 확대는 논의조차 못해
“尹정부 충실히 이행해야”

기사승인 2022-09-01 17:01:24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정부와 지난해 타결한 ‘9.2 노정합의’ 1년을 맞아 정부에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확충을 핵심으로 하는 9.2 노정합의 1주년 기념 토론회가 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9.2 노정합의는 국내 최초로 산별노조와 정부 간 협상이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9월2일 136개 의료기관 총파업을 앞두고 △공공병원 신증축과 기능 강화, 필수 운영 경비(공익적 적자) 지원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제도화(ratios) △보건의료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교대근무제 개선 △불법의료 근절 △의사인력확충 등 26개 항으로 구성된 노정합의안이 극적 타결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9.2 노정합의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일단 윤석열 정부는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2 노정합의를 잘 이행하겠다”고 답한 바 있고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지난 4일 “합의된 내용을 최대한 이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합의 1년이 지난 지금, 이행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노정합의 26개항 중 이행 완료는 소수이고 진행형인 사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생명안전수당 법개정 및 예산확보, 야간간호료 확대, 교대제 시범사업 시행은 이행 완료됐다. 이 연구원장은 평점 ‘A’를 줬다. 공공의료 확충 강화, 간호인력기준 마련 등 대부분 합의사항은 연구 진행 중이거나 단계적 추진 중이다. 이 연구원장은 “의대 증원 사회적 대화,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은 전혀 추진되고 있지 않다”면서 평점 F라고 평가했다.
9.2 노정합의 1주년 기념 토론회가 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정진용 기자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노정합의안을 이행 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지자체가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으로 위탁하려 한다던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국립대병원 인력 부족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코로나가 3년째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공공병원에 대한 지지가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지역거점 공공병원 강화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정부가 노정합의했다고 해서 이번 정부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공공보건의료원 노동자들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충을 두고는 토론 참여자 간에 의견이 갈렸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2035년에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그때까지 손을 두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의사 수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 이야기도 나오는데 공공의대는 민간의대와 어떤 차별화된 교육을 하고 어떤 의사로 육성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두술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키우자는 것인지,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를 키우자는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공공임상교수제’ 사업을 정규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국립대병원 소속 정년보장 정규의사로 하여금 지방의료원에서 필수의료를 맡도록 하는 제도다.

박 연구실장은 “지역의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는데 공공임상교수제가 필수적”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공공임상교수제는 1.5년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 순환 근무하는 교수 신분을 부여하기 어렵다. 정규 제도화를 통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정원 승인과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