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세계약 체결 이후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매매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집주인은 전세계약을 맺기 전 임차인에게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세금 체납이나 대출금 등이 있는지 공개해야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는 최장 6개월까지 시세 30%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시거처가 지원된다.
국토교통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지난 7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보고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후속조치다.
먼저 임대주택 선순위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계약 후에도 임차개시일 전까지 미납 국세․지방세 등의 정보를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전세계약 시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들을 모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가칭)’을 내년 1월에 출시한다. 입주희망 주택의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 수준에 대한 정보와 함께 악성임대인 명단,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될 예정이다
임차인의 법적 권리도 강화된다. 그간 임차인의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해 집주인이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전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임차인 보증금 보호가 취약해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국토부는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은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할 계획이다.
전세 사기 피해 지원도 강화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내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금융서비스, 임시거처 및 임대주택 입주, 법률상담 안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을 위해 가구당 1억6000만원까지 연 1%대 자금대출을 내년 1월부터 지원하고 임시거처로 사용할 수 있는 주거를 시세 30% 이하로 제공한다.
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수도권의 경우 동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률 등의 정보를 제공해 전세사기 위험성을 알리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전세사기를 확실하게 뿌리 뽑기 위해 피해를 미리 예방하고 부득이하게 발생한 피해는 신속하게 구제하는 한편, 범죄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으로 금번 대책을 마련하였다”며 “더 이상 전세사기 범죄로 가정이 망가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세사기 외에도 ‘깡통주택’을 집중 관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값이 매매시세보다 비싼 ‘깡통전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전체주택 전세가율은 87.8%로 지난해(65.1%)보다 크게 올랐다.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모두 전세가율이 올랐다. 인천의 경우 매매가에 비해 전세 상승속도가 빨라 전세가율이 100%대를 돌파한 101.4%를 기록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단지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깡통전세 문제가 매우 광범위한 현상으로 현재 정부의 대응처럼 일부 임대인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전세사기’로 한정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이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깡통전세 문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