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멋지게 잔디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해볼께요.”
이영준은 기자회견에서 “믿기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도 내가 골을 넣은게 맞나 신기했다”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축하해줬다. SNS를 통해서도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혁은 이날 전반 13분 이용의 얼리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머리로 돌려 골망을 흔들었다. 앞에 나온 제주 골키퍼 김근배는 손을 쓰지도 못했다.
그는 “이용 형이 우리 팀에 오기 전부터 크로스가 좋은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앞으로 크로스가 올라와서, 내 머리에 맞았고, 운 좋게 골이 들어간 것 같다”라면서 “(김)건웅이형, (김)승준이형, (이)승우형도 경기 전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라더라. 그런 말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덕분에 득점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영준에 앞서 기자회견에 들어선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이영준의 득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큰 키를 활용하고, 전반전에 많이 뛰어주기를 요구했는데 득점까지 만들어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제자의 활약을 칭찬했다.
2003년생 이영준은 K리그 22세 이하(U-22) 룰로 15경기에나 나섰다. 하지만 주로 15분에서 20분 정도 소화하면 주전급 선수와 교체된다. 이날도 전반 23분 이기혁과 교체아웃됐다. 선제골을 넣은 입장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에게 더 많은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영준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공격 포인트를 만드는 게 목표다. 감독님께서도 원하시는 바다. 주어진 시간에 잘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이기혁과 교체에 대해선 “워낙 친해서, 머리에 잘못 맞아서 골이 들어갔다고 농담도 했다. 점심을 항상 기혁이 형이랑 같이 먹는데, 형이 골 넣었으니 밥 사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영준은 프로에서 고대하던 첫 골을 넣었지만, 그저 놀라 입만 가로막았다. 예상치 못한 득점이라 생각해둔 세리머니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이영준은 “평소에 골을 넣으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형들이랑 얘기하곤 했는데, 막상 골을 넣으니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입만 틀어막았다”고 아쉬워하며 “남은 시즌 동안 공격 포인트를 2개 정도는 더 올리고 싶다. 다음에 골을 넣으면 잔디 위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