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FC가 ‘잔류’라는 기적을 꿈꾼다.
성남은 올해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임 이재명 시장 시절 시정 비리 의혹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시즌 도중에 매각설까지 나왔다. 여기에 3월 중순 이후 줄곧 최하위에서 올라서지 못하자 지난달 24일엔 김남일 성남 감독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다.
지난 8월 중순엔 신상진 성남시장이 한 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남FC에 대해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혈세를 먹는 하마(성남FC)'를 유지하는 건 시민에 대한 배임”이라며 “비리의 대명사가 된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혀 우려를 자아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성남은 빠르게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김 감독이 팀을 떠나자 정경호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성남은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정경호 감독대행이 팀 분위기를 추슬러 위기를 돌파하길 원했다.
정 감독대행은 지난 2020년 김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부임해 성남과 2년 넘게 동고동락했다. 프로팀에서 코치 생활만 7년을 할 정도로 준비가 된 지도자다. 상주 상무 시절과 성남FC에서도 세부적인 전술을 도맡을 정도로 지도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성남은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리그 6위인 수원FC를 2대 1로 잡아내더니, 지난 4일에는 선두 울산 현대를 2대 0으로 꺾고 2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첫 연승이다.
상대에 맞춰 유연하게 전술을 짜고 있는 정 감독 대행이다.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팔라시오스는 정경호 감독대행이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리고 후반에 투입한 교체 카드였다. 울산을 상대할 때는 앞서 수원FC전에서 뛰었던 선발 멤버 9명을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이날 울산전은 정 감독의 전략이 돋보인 경기였다. 언더독인 성남이 후방에서 지키다 역습 축구를 펼치는 게 아닌, 과감하게 전방부터 압박하며 울산의 공격을 방해했다. 울산은 성남의 벌떼 같은 압박에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하고 계속 뒤에서 공을 돌렸다. 이날 점유율은 37대 63으로 성남이 밀렸지만, 울산은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날 슈팅 개수도 10대 7로 성남이 더 많았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면서 승점을 회복했지만 아직까지 최하위에선 벗어나지 못한 성남이다. 성남은 6일 기준 승점 24점(6승 6무 17패)다. 11위 대구FC(승점 28점)와 격차는 4점이다.
공교롭게도 성남의 다음 라운드 상대는 대구다. 대구는 최근 12경기 연속 무승으로 11위까지 추락했다. 성남이 이 경기까지 잡아낸다면 대구와 승점 차를 1점까지 줄일 수 있다. K리그2(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되는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2주 전만 해도 어둠만 가득했던 성남의 터널에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