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랐다’ 젠지의 압도적 우승… ‘모래 폭풍’ 리브 샌박의 눈물 [LCK 결산②]

‘이번엔 달랐다’ 젠지의 압도적 우승… ‘모래 폭풍’ 리브 샌박의 눈물 [LCK 결산②]

기사승인 2022-09-09 07:00:02
이번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은 중위권 팀 간의 전력 격차가 크지 않아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돼 재미를 더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에선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5꽉’ 경기를 연달아 연출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앞선 ‘동부편’에 이어 이번엔 서부팀(5~1위)들의 여름을 되돌아봤다.
2022 신인왕 '빅라' 이대광.   라이엇 게임즈

5위 KT 롤스터 10승 8패 +5

KT 롤스터 팬들에게 이번 서머 시즌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법 하다. 1라운드를 4승 5패로 마친 KT는 2라운드 6승 3패를 기록하며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렸다. 플레이오프 경쟁 상대인 광동  뿐만 아니라 담원 기아와 DRX 등 강팀을 연달아 잡아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KT는 플레이오프를 비롯한 2차례의 다전제에서 모두 5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담원 기아를 맞아 대역전극의 서사를 쓰는 듯 했지만, 2대 3으로 패했고 롤드컵 선발전에선 역시 DRX에게 2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롤드컵 무대를 밟아보나 했는데, 다시 한 번 내년을 기약하게 된 KT다.

소득이 전혀 없는 시즌은 아니었다. 신인왕에 오른 ‘빅라’ 이대광의 잠재력을 확인한 점은 위안이다. 신인답지 않게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이라던가, 걸출한 미드라이너와의 맞대결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KT의 미래를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올 시즌을 끝으로 ‘라스칼’, ‘기드온’, ‘아리아’, ‘라이프’와 계약이 종료된다. 내년에 시장에 풀리는 매물들이 적지 않다보니, KT 측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담원 기아의 '너구리' 장하권.   라이엇 게임즈

4위 담원 기아 10승 8패 득실 +7 롤드컵 진출

‘악재를 몰아 받았다’라고 ‘쇼메이커’ 선수가 하소연을 할 만큼, 담원 기아의 올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너구리’가 시즌에 합류하면서 우승 후보 1순위로 점쳐졌지만, 강팀들에게 연달아 무릎을 꿇으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쳤지만 경쟁 상대인 젠지와 T1에게 패했고, DRX에게도 덜미를 잡혔다. 

2라운드는 더욱 심각했다. ‘쇼메이커’와 ‘켈린’의 코로나 확진이 겹치면서 경기력이 흔들렸고 DRX, T1, 젠지, KT, 리브 샌박 등 중상위권팀들에게 모두 패하면서 ‘강팀 판독기’라는 오명까지썼다. 플레이오프 때는 ‘너구리’와 ‘버돌’을 번갈아 쓰는 양대인 감독의 선수기용을 놓고 팬들의 원성이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KT와 달리, 담원 기아의 마무리는 더할 나위 없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만난 T1을 벼랑까지 몰아붙이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롤드컵 선발전 승자조에서 리브 샌박을 3대 1로 완파, 롤드컵 그룹스테이지 직행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 간의 호흡, ‘너구리’의 기량 등이 회복된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자아냈다. 지난 2년간 LCK의 패왕으로 군림했던 담원 기아가 롤드컵에서 다시금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담원 기아는 올 시즌을 끝으로 ‘너구리’와 ‘버돌’, 두 탑 라이너와 계약이 만료된다.
리브 샌드박스의 '프린스' 이채환.   라이엇 게임즈

3위 리브 샌드박스 13승 5패

올 시즌 리브 샌드박스가 리그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될까. 스프링 시즌을 4승 14패 9위로 마쳤던 리브 샌박은, 올 시즌은 특유의 호전적인 경기 스타일에다가 안정성까지 갖추면서 어엿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배경에는 원거리 딜러 ‘프린스’의 합류가 있다. ‘프린스’ 이채환은 원거리 딜러의 중요성이 높아진 메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채환은 휴식을 취했던 스프링 시즌 동안 자신의 플레이를 되돌아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 올 시즌 POG 포인트 1200점으로 젠지의 ‘룰러’와 공동 1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리브 샌박이 불러일으킨 ‘모래 폭풍’은 정작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선 그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젠지를 맞아 1대 3으로 패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롤드컵 선발전에서 연이어 패한 것은 분명 뼈아픈 부분이다. 특히 리브 샌박은 선발전 최종전 상대였던 DRX와 올 시즌 3번 붙어 모두 이겼지만 롤드컵 막차 티켓이 걸려있는 최종전에선 2대 3으로 패하면서 울분을 삼켜야만 했다.

리브 샌박은 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코’, ‘프린스’ 선수와 계약이 만료된다. 올 시즌 리브 샌박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이들이 한 번 더 팀과 손을 맞잡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T1의 '구마유시' 이민형.   라이엇 게임즈

2위 T1 15승 3패 롤드컵 진출

서머 시즌 준우승.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스프링 시즌 전승 우승을 달성한 T1에게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다. MSI를 치른 팀들의 경우, 촉박한 스케줄 때문에 서머 시즌 유독 고전하는 경향이 많은데 T1 역시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린 모양새다. 체급을 앞세워 꾸역꾸역 승수를 쌓긴 했지만 경기력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의문부호가 붙었던 T1이다. 

결국 2라운드 들어서는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젠지에게 0대 2로 완패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리브 샌박에게 0대 2로 무릎을 꿇었다.

T1으로서는 ‘구마유시’, ‘케리아’ 바텀 듀오의 존재감이 옅어진 것이 아쉬웠다. 스프링 시즌엔 ‘제우스’를 앞세운 상체의 힘으로 경기를 굴려왔지만, 서머 시즌엔 드래곤과 바텀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제우스’를 비롯한 상체가 힘을 쓰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압도적인 지표를 보여줬던 지난 시즌에 비해 ‘구마유시’의 라인전 지표는 크게 떨어졌다. 15분 골드 격차 +30.3(5위), 15분 CS 격차 +3.8(6위), 분당 대미지 526(6위)으로 중위권 수준이다.

T1은 담원 기아를 천신만고 끝에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젠지에게 0대 3 완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T1은 롤드컵에서 다시 한 번 도전을 이어간다. 지난해에도 정규리그에 비해 롤드컵에서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T1에 대한 기대감이 결코 적지 않은 상황이다. T1은 최근 최성훈 감독의 보직을 총감독으로 변경하고, ‘벵기’ 감독과 ‘스카이’ 코치를 선임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롤드컵 우승을 향한 T1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022 LCK 서머 우승을 차지한 젠지 e스포츠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1위 젠지 17승 1패 롤드컵 진출

이번엔 정말 달랐다. 올해 초 더욱 막강해진 체급으로 돌아온 젠지는 스프링 시즌 T1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는데, 올 시즌은 보다 좋아진 선수들 간 호흡에 감독-코치진의 뛰어난 역량이 더해지면서 리그를 제패했다. 17승 1패 세트 득실 +30을 달성하면서 역대 LCK 단일 스플릿 최다 세트 득실 기록을 세우는 등,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젠지다.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패배의 단초가 되며 눈물을 흘렸던 ‘도란’은 한층 더 성장해 돌아왔다. 비록 T1 ‘제우스’에게 밀려 LCK 올프로 퍼스트팀에 들지는 못했지만, 결승전에선 ‘제우스’를 도리어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수령이었다고 평가받는 1세트에선 ‘아트록스’로 상대를 울리는 극한의 ‘어그로 핑퐁’을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쵸비’는 늘 그래왔듯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상대를 찍어 눌렀다. 그러면서도 상대 미드라이너보다 먼저 움직이면서 전 라인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쵸비’의 든든한 활약이 아니었다면 결승전 MVP에 선정된 ‘피넛’의 맹활약도 없었을 터다. 

올프로 퍼스트팀,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룰러’는 바텀 메타에서 정점에 서며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올 시즌 그가 보여준 ‘제리’, ‘루시안’ 플레이는 상대방의 입장에선 공포였다. 보다 안정성을 갖추게 된 ‘리헨즈’은 ‘룰러’의 강력한 엔진이 되어줬다. 그러면서도 ‘신지드’와 같은 조커픽을 꺼내 상대를 교란시키는 등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임무도 톡톡히 해냈다.

리그의 ‘아웃라이어’로 평가 받는 젠지는 롤드컵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란’과 ‘쵸비’, ‘룰러’, ‘리헨즈’가 자신들의 첫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마음의 짐을 덜어낸 만큼, 롤드컵에서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젠지는 주전 선수 가운데 ‘도란’, ‘피넛’, ‘룰러’, ‘리헨즈’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내년에도 젠지에서 이들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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