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사고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깡통전세 등 다양한 사기 유형과 함께 악성 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13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과 건수는 1089억원, 51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사고 금액과 건수가 각각 1000억원, 500건을 돌파한 것이다.
전세사기 금액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1억원(1건)에서 △2016년 34억원(27건) △2017년 74억원(33건) △2018년 792억원(372건) △2019년 3442억원(1630건) △2020년 4682억원(2408건) △2021년 5790억원(2799건)까지 증가했는데 올해 역시 8월까지 사고 금액이 5368억원(2527건)으로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HUG가 지난달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830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 6월 대비 1.5배 가량 늘어났다.
전세사기 사고 증가 이유는 악성 임대인 증가와 교묘해지는 사기 수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 대상에 오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은 지난해 5월 1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 말 기준 200명을 넘어섰다.
사기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임대인들이 주택 가격 상승을 노리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를 시도했지만 집값이 하락해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서다. 특히 전세금 상환 능력이 없는 일부 집주인들이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긴 후 은행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갖고 잠적하는 깡통전세 사기가 기승이다.
전세보증보험의 허점으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사기를 계획한 임대인이 전입 당일에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이중계약을 진행할 경우 세입자는 대항력이 없어 보험금 이행 청구가 어려워진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 초까지 자가진단 안심전세앱을 구축해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세입자들이 스스로 사기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아울러 세입자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특약에 명시하고 빌라 등의 전세가율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시·도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