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 ‘홍삼 팔아요’ 직거래 봇물… 불법입니다

명절 후 ‘홍삼 팔아요’ 직거래 봇물… 불법입니다

기사승인 2022-09-14 06:00:26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추석 선물용 건강기능 식품이 거래되고 있다.   중고나라·당근마켓 갈무리

‘추석 선물용 홍삼 세트 미개봉 새상품 팔아요’
‘홍삼액 세트, 명절 선물 부모님 선물’

명절 연휴가 끝나자 온라인상에 추석 선물을 되판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한 위법이지만, 이에 대한 제재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13일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됐다. 루테인, 비타민, 유산균 등 영양제부터 녹용이나 홍삼과 같은 고가의 한방 제제 건강기능식품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가격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 지불하는 금액 대비 1만~2만원 저렴하게 책정된다. 때문에 게시글 가운데는 거래가 예약됐거나, 이미 판매가 완료됐다는 문구가 기재된 경우도 흔하다. 

인터넷상에서 의약품을 거래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된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은 약사, 한약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장의 허가를 받은 판매업자에게만 주어진다. 판매 장소 역시 약국으로 한정되며, 위반 시 처벌도 가볍지 않다. 인터넷에서 의약품을 거래하는 행위를 한 판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모두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가령 ‘텐텐츄정’이나 ‘비맥스’ 등 시중에서 이른바 ‘영양제’로 불리고 있지만,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을 인터넷에서 중고거래로 판매했다면 약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도 판매 자격과 경로가 제한된다. 판매 자격은 식약처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영업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얻을 수 있다. 이때 신고자는 법정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췄으며, 안전위생교육을 받았다는 증명도 첨부해야 한다. 즉, 판매 자격을 얻지 못한 개인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건강기능식품법에 위배된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다. 

구매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상당하다. 건강기능식품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사람을 법률상 처벌 규정은 없지만, 보호할 안전망도 없다. 불법으로 판매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제품의 용량이나 품질에 이상이 있어도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할 제도적 수단을 찾기 어렵다. 섭취한 이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등의 건강상 피해를 입어도, 제품을 정식 판매처에서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의 소재를 찾기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경로로 건강기능식품을 거래한 경우에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 방법을 찾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 식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의 생리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기능적 특성을 갖는다”며 “판매 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구매자는 부작용 위험성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자율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2월부터 주요 대형 중고거래 인터넷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 등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개인이 임의로 판매할 수 없는 식의약 품목에 대한 거래를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해 삭제하고, 식약처의 요청이 있으면 특정 게시글 접속을 신속히 차단한다는 것이 MOU의 골자다.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게시글도 모두 삭제·차단됐어야 했다.

식약처는 업무 범위와 여력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명호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장은 “이달 5일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을 대상으로 특별관리를 요청하고, 공문도 발송했다”면서도 “워낙 많은 사이트가 존재하고, 식품뿐 아니라 다양한 물건이 거래되고 있어 플랫폼 업체와 식약처가 이를 다 들여다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시글 1개를 삭제·차단할 때도 그 내용과 위법 사항을 낱낱이 검토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며 “네이버에서만 하루 30만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식약처 내부에서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주무관 3명, 모니터링 담당 9명”이라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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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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