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2’ PD “모두가 주인공이길 바랐죠” [쿠키인터뷰]

‘환승연애2’ PD “모두가 주인공이길 바랐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9-15 06:00:07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시리즈를 기획·연출한 이진주 PD. 티빙

방송가에 연애·데이팅 프로그램이 빼곡한 요즘,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시리즈의 입지는 확실하다. 지난해 첫 공개된 ‘환승연애’는 전 연인의 재회와 새로운 선택을 담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헤어진 연인과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모른척해야 한다는 규칙은 색달랐다. 전 연인과 조심스럽게 재회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를 더했다.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 한 마디에 무너지고 눈물짓는 출연진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마음에도 닿았다.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돌아온 ‘환승연애’. 그 중심엔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주 PD가 있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의 전 연인에게 어떤 사람인지 들어본다면 어떨까. 이 PD는 이 같은 상상에서 출발해 ‘환승연애’를 기획했다. 한 시즌을 거치며 개선점을 찾은 그는 보다 더 섬세하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결과는 좋다. 지난 13일 티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환승연애2’는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9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티빙이 선보인 오리지널 중 공개 첫 주 유료가입자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이 PD는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편집실에서 편집만 한다”면서 “‘환승연애2’는 앞으로가 더 재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13일 화상을 통해 만난 이 PD와 ‘환승연애’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환승연애’에 깊게 몰입하는 시청자가 많아요. 비결이 무엇일까요?

“자신의 지난 연애나 주변 친구들, 전 연인을 대입하며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출연진이 솔직한 감정을 보여준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시청자분들이 출연자에게 매력을 느껴야 더욱더 몰입할 수 있잖아요. 출연자가 관계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하느냐도 중요하고요. 출연진이 속마음을 드러내고 진심을 다한 덕이에요.”

Q. 출연진 선정 기준이 궁금해요.

“SNS를 통해 1차로 접촉해요. 이후 실제로 만나보고 그분의 전 연인도 만나보며 이 사람에 대해 파악하려 하죠. 조사 결과를 종합해 매력적인 사람들을 추리고, 그중에서도 연애담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분을 섭외하려 했어요. 제작진 내부에서도 두세 달 정도 고민했죠. 사실 시즌 1을 제작할 땐 ‘이게 될까’ 싶었지만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답해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시대가 달라진 걸 느꼈어요. 물론, 섭외가 쉽진 않았어요.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스틸컷

Q. ‘환승연애’는 전 연인, 새로 만난 이성과 한집에서 3주간 함께 생활해야 하는 콘셉트로 방송 초반 우려를 샀어요. 연출자로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출연진이 드라마 등장인물은 아니잖아요. 드라마 속 캐릭터면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이들은 실재하는 사람들이에요. 훌륭한 면을 보여주다가,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실수를 하기도 하죠. 제작진으로서 이분들의 감정 흐름과 관계 변화를 최대한 담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요. 현장에서도 출연진에게 ‘당신의 행동이 상대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조금 미워 보일 행동이라도 방송에 넣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수위 조절이나 편집점에 대해서는 늘 신경 쓰고 있어요.”

Q. 중반부에 새 출연자를 투입한 지난 시즌과 다르게, 시즌2에서는 전 연인이 없는 출연자가 처음부터 함께하거나 새 출연자가 수시로 등장하곤 해요. 일부 출연자는 갑작스럽게 퇴소했죠. 이런 변화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플마다 서로 쌓아온 감정의 깊이가 다르잖아요. 장기 연애를 했던 분들은 유대감이 더 끈끈할 거라 생각했어요. 희두, 해은 씨는 장기 연애를 했던 사람들이에요. 이분들의 X를 후반에 투입해야 다른 출연진과 감정의 깊이가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희두 씨는 개인 일정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할 수 없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이현, 민기 씨가 중간 퇴소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으려 해요. 추측 여지를 열어두는 것과 제작진이 사실을 단정하는 건 파급력이 다르니까요. 출연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비밀을 지키려 합니다.”

Q. 사전 미팅 때와 달리 본 녹화에서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준 출연자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규민, 해은 씨와 나연, 희두 씨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조금씩 달랐어요. 해은 씨는 사전 미팅 당시에는 재밌게 잘 지낼 수 있겠다고 했지만, 막상 합숙소에 오니 규민 씨에 대한 마음이 커서 그러질 못하더라고요. 규민 씨는 해은 씨가 신경 쓰일 것 같다고 했는데, 나연 씨에 대한 호감이 커진 것 같았어요. 나연, 희두 씨는 서로에게 마음이 없다고 해놓곤 합숙소에서 마주하니 감정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어요. 이분들이 그런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 덕에 ‘환승연애’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 같아요.”

Q. 시즌1과 촬영 기간은 같은데 회차는 15회에서 20회로 확대됐어요. 

“회차는 늘었어도 시즌1과 전체 분량은 비슷해요. 이전 시즌에서 일부 회차가 100분을 넘기곤 했는데, 그런 긴 회차를 2개로 나누면서 시즌2의 전체 회차가 20회로 늘어났어요. 어떤 회차를 반으로 나누냐에 따라 매주 공개하는 회차 수가 달라지기도 해요. 비슷한 내용이 반복돼 다소 늘어진다는 지적도 접했어요. 각 출연자의 감정을 충실히 보여주다 보니 어쩔 수 없었죠. 내용을 너무 줄이면 몇몇 출연자가 소외될 것 같았거든요. A와 B가 감흥 없이 데이트를 끝내서 이 부분을 편집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근데 그 데이트에서 나눈 대화를 계기로 어떤 이의 행동이 달라지는 등 연쇄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전 상황을 편집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변화는 모두 편집할 수밖에 없죠. 이러면 이 사람들은 전체 분량에서 쭉 소외돼요. 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출연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프로그램의 여정이 더욱 길어진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친 지금도 출연진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자료사진

Q. 패널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어떤 기준을 두고 섭외했나요?

“김예원 씨는 라디오 DJ를 맡았을 때부터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애 프로그램을 한다면 꼭 모시고 싶었죠. 이용진 씨와 사이먼 도미닉 씨는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분들이에요. VCR에 몰입도 잘하죠. 게다가 두 분 모두 장기 연애 경험이 있어서 발언에 무게감이 실릴 것 같았어요. 유라 씨는 젊은 시청자를 대표하는 분이에요. 뱀뱀 씨까지 합류하며 최고의 패널 군단이 완성됐어요.”

Q. 연애 리얼리티를 연출하며 ‘윤식당’, ‘꽃보다 청춘’ 등 기존에 맡았던 힐링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를 느꼈을지 궁금해요.

“큰 차이는 없어요. 제가 했던 프로그램 모두 리얼리티 장르거든요. 이전엔 연예인들이 좋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느낀 감정과 행동을 담았다면, ‘환승연애’는 비연예인이 일상적인 곳에서 느끼는 감정을 보여줄 뿐이죠.  ‘환승연애’도 리얼리티 예능처럼 작업해서 분량이 늘어났어요. 드라마 느낌으로 가지치기해 주요 내용만 메인으로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리얼하게 모든 상황을 담아내고 있거든요.”

Q. 최근 연애 리얼리티가 대세로 떠올랐어요. 제작자로서는 이런 시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연애 리얼리티의 흥행처럼 보여도 실은 리얼리티 장르 자체가 확대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가 더 수월하게 이입할 수 있는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리얼리티라고 할까요? 과거엔 경험을 담는 리얼리티가 많았고, 이젠 심리를 깊이 들여다보는 리얼리티에 수요가 쏠린 거죠. 시청자 니즈를 쫓으며 새로운 트렌드가 생긴 것 같아요.”

Q. ‘환승연애2’의 후반부 관전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제 모든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보면 돼요. 이제부터는 그 캐릭터들이 어떻게 활약할지가 관건이에요. 여러 회차를 거쳐 시청자분들도 출연진을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아직 이해하지 못했어도, 이번 주 방송을 보면 이해할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출연진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어요. ‘환승연애’가 모두의 엔딩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라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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