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쓰레기 대란이 임박했다. 인천 수도권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고, 마포구 소각장 신설은 주민의 격한 반대에 직면했다. 각 자치구가 폐기물 처리 책임을 회피할 경우 ‘쓰레기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 문제 있다”…쓰레기 소각장 신설에 마포구 ‘발칵’
마포구의 반발은 거세다. 구청장과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시의원들, 주민까지 가세했다. 지난 14일 오후 열린 서울시의회 제314회 임시회에서 마포구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구성한 반대투쟁위원회는 촛불시위·준법 투쟁을 불사했다.
이들은 상암동 소각장 입지 후보지 선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질타했다. 주민 의견수렴 및 해당 자치구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수장은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한 계획 수립을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주민 의견 수렴 △환경부 장관의 검토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 검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자치구 1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발표했다면, 법적으로 절차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부지 선정에 참여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록과 정량평가 점수를 일부 은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존 소각장 철거 기한인 2035년까지 신규 소각장·현 소각장 2곳이 동시 운영되는 점, 2026년까지 신규 소각장 설치 공사가 진행되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마포 상암동 인근 아파트에 사는 원모(63)씨는 “이미 마포구에는 하루 750t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각장이 있다. 여기에 하루 1000t씩 처리하는 소각장을 신설하면 자그마치 1750t”이라며 “너무 일방적인 희생을 마포구 주민들에게 강요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포구에 40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아무리 시설을 첨단화한다고 해도 매연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형평성에 맞게 자치구별로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하거나 소각장 없는 지역에 신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암 소각장 결정이 입지선정위원회 회의를 통해 나온 타당한 평가 결과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15일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과정·결과 개요를 공고하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공정성을 이유로 최적의 입지 후보지가 선정되기 전 특정 지역과 미리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추후 주민설명회·주민소통협의체를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대란 코앞…“폐기물 처리, 발생지가 책임져야”
예상된 갈등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소각장 신규설치를 결단한 배경은 무엇일까. 환경부는 지난해 종량제 폐기물을 직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묻는 대신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쓰레기 소각장 신설 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소각장은 강남·노원·마포·양천구 등 4곳뿐이다. 이들 소각장을 다 합쳐 처리할 수 있는 서울 생활폐기물량은 하루 2200t 남짓이다. 매일 쏟아지는 생활폐기물 3200t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소각 용량 부족으로 나머지 1000t의 생활폐기물은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로 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시도별 폐기물은 서울이 55%(8729만t)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5일 찾은 수도권매립지 제3 매립장에는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매립지 한쪽에서는 굴삭기와 대형 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쓰레기 위에 흙을 덮고 있었다. 이곳 제 1·2 매립장은 더이상 쓰레기를 매립할 수 없어 운영을 종료한 지 오래다. 지금은 제3-1 매립장으로 서울·경기·인천에서 배출된 생활·건설 폐기물 대부분이 모인다. 이마저도 2025년 포화한다는 전망이다.
인천시는 오는 2025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 반입을 종료하고,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인천시의 핵심 논리는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폐기물 처리는 폐기물을 배출한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시민 의견도 다르지 않다. 시민 80% 이상이 서울·경기의 쓰레기를 인천에서 처리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매립지에서 1km가량 떨어진 사월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같았다. 이들은 악취·교통체증·재산권 침해 등 피해를 토로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60대 주민 김모씨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라도 불면 냄새와 분진이 굉장히 심하다”며 “언제까지 수도권매립지가 서울 쓰레기까지 감당할 수 있겠나. 각 지역이 본인들의 쓰레기를 처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박모(67)씨는 “깨끗한 동네였지만 지금은 쓰레기와 관련된 별별 공장이 들어와 있다”며 “2025년에는 반드시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대란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를 대비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 현상에 젖은 지역 표심을 의식하는 데 그칠 문제가 아니며, 모든 지자체와 시민이 책임감을 갖고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서울에서 최대한 처리를 하는 게 맞다”며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서울·경기도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도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찾고,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대규모 처리시설에 의존할 게 아니라 쓰레기 처리를 위한 자치구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지역민 반발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제도적 인센티브로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지역이 고통을 분담하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자신들은 어떤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려 하면서 쓰레기 처리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