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꼭 쥐고… 금의환향 ‘오징어 게임’ [들어봤더니]

에미상 꼭 쥐고… 금의환향 ‘오징어 게임’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2-09-16 16:38:20
16일 낮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 자리한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채경선 미술감독, 배우 이유미,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과 심상민 무술팀장이 에미상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예상 밖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호명되자 함성으로 가득 찼다. 비영어권 작품이 에미상을 받은 건 ‘오징어 게임’이 최초다. 주인공 이정재는 남우주연상,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작품상과 각본상(황동혁 감독),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에선 배우 이유미가 여우단역상(게스트상)을 받고 특수시각효과상과 스턴트 퍼포먼스상,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6일, LA를 뒤흔든 주역들이 귀국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는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수상 소감과 작업기,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16일 낮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 자리한 황동혁 감독이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잘 만들어서 에미상 가보자 했는데…”

이날 현장엔 일찍부터 취재진이 구름 떼처럼 운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취재를 요청한 매체만 100여 곳에 달했다. 수상자들은 저마다 가진 트로피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얼굴엔 기쁨이 완연했다. 황 감독과 김 대표는 “지난 해 9월17일 ‘오징어 게임’을 공개했다. 1주년을 앞두고 에미상 간담회를 가져 영광”이라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1년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시각효과를 맡은 정재훈 슈퍼바이저와 무술팀 심상민·이태영·김차이 등 스태프도 함께했다. 채병선 미술감독은 “이런 자리에 올라온 경험이 없어 떨린다”면서 “한창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며 김 대표님과 ‘잘 만들어서 에미상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 말이 이뤄져 행복하고 울컥했다”며 감회에 젖었다. 토론토 영화제 일정으로 현장에 불참한 이정재는 VCR을 통해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여전히 얼떨떨하다”면서 “앞으로도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이 나와서 한국의 훌륭한 제작자가 전 세계와 만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없었을 작품”

당초 ‘오징어 게임’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번번이 제작이 무산됐다. 당초 영화로 기획했으나 많은 등장인물과 긴 서사 등이 발목을 잡았다. 표류하던 각본은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며 비로소 빛을 봤다. ‘골목 놀이를 목숨 걸고 한다면 난 어떻게 할까?’ 황 감독과 김 대표의 작은 상상에서 비롯한 이 이야기는 마침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작품”이라면서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며 경쟁력 있는 한국 콘텐츠가 꽃필 기반이 마련됐다”고 짚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둔 덕에 시즌 2의 제작 조건이 좋아졌다. 괜찮은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6일 낮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 자리한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채경선 미술감독, 배우 이유미,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과 심상민 무술팀장이 에미상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작품 이면에 있는 스태프도 응원해주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에미상에서 낭보를 전하면서 스태프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 김 대표는 “한국 창작자들의 창의성은 단연코 높은 수준”이라면서 “배우, 감독과 달리 스태프는 공식석상에 설 일이 거의 없다. 수상소감으로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해도 대중은 스태프를 보기 어렵다. 에미상 덕에 스태프들을 소개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오징어 게임’ 스태프들은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슈퍼바이저는 “VFX는 기술과 노동이 모두 집약된 산업이다. 다만 고급인력이 게임 산업 등으로 향해 인력난이 심하다”면서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게임 체인저가 된 만큼 지자체에서도 기술 스태프에게 여러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태영 무술팀장은 “한국 스턴트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라면서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대역이나 가이드 등 뭐든 몸 사리지 않고 있다. 작품 이면에 있는 우리에게도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즌 2, 2년 뒤에 만나요”

황 감독은 현재 ‘오징어 게임’ 시즌 2 각본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황 감독은 “대본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내년 정도에 촬영을 시작할 것 같다. 모든 작업을 마치면 내후년 정도에 완성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담은 없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어서, 에미상을 받아서 더 부담되진 않는다”면서 “부담은 늘 친구처럼 함께한다. 때때로 큰 동력이 되는 만큼 더 부담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감독상을 수상하며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즌 2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한 건 스스로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황 감독은 “어떤 게임을 할지 이미 다 계획한 상태”라면서 “시즌 2 무대도 한국이다. 이제 수상의 기쁨을 떨치고 집필 작업에 매진하겠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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