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가 당긴 고삐, 게이머 연대로 확대되나

우마무스메가 당긴 고삐, 게이머 연대로 확대되나

기사승인 2022-09-21 06:00:01
지난달 29일 판교역 인근에서 열린 우마무스메 마차 시위.   쿠키뉴스 DB

 

카카오게임즈의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이 예상대로 게임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 속에서도 꾸준히 트럭시위를 이어왔던 ‘리니지2M(엔씨소프트)’ 이용자들마저 집단 소송을 예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 게임사 이용자들 간의 연대까지 이뤄지면서 사태는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운 여러 게임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하반기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우마무스메’는 지난달 말 크게 휘청였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 측의 대응이 미적지근하자, 일본 서버 이용자와의 차별, 미흡한 서비스 등을 거론하며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경주마를 육성하는 게임의 특성을 살린 시위는 단번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결국 지난 17일 카카오게임즈를 간담회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장장 8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간담회에도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없다. 일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용자 측은 환불 소송을 선언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 대표단은 사측을 상대로 한 환불 소송을 위한 변호사 선임을 마쳤다. 현재 소송 참여자를 취합 중이며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제 소송을 강행할 계획이다.
우마무스메 이용자 간담회.   유튜브 영상 캡처

시작된 게이머 연대, 목적 달라도 방향은 같다

이 가운데 리니지2M 이용자들도 집단 소송을 예고했다. 특히 리니지2M 이용자들은 우마무스메 이용자 측과 교류, 연합해 승소에 필요한 사항들을 공유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리니지2M 이용자들은 지난달 5일부터 꾸준히 트럭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비를 주고 게임을 플레이한 영상을 올리게 하는 마케팅 방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프로모션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리니지2M에서 광고비를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유저들끼리 경쟁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게임사가 특정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은 게임 내 생태계의 불공정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리니지2M 이용자 측은 “우마무스메 이용자들과 (게이머로서의) 공감대의 교집합을 늘리고 올바른 게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이바지해보자는 목표로 뭉쳤다”며 연대의 시작을 알렸다.

우마무스메 이용자 측 역시 “다른 게임을 하는 입장이지만 같은 게이머, 유저, 그리고 소비자로서 비슷한 사례(확률형 아이템 및 유저기만)의 피해를 받은 피해자임을 인지했다. 비록 게임정상화와 입법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소송의 진정성과 소비자 보호 입법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해 같이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리니지2M 이용자들의 트럭시위 현장.   연합뉴스

승소 가능성 희박, 게임 문화 바꾸는 것이 목표

전문가들은 게임 이용자가 단체 환불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승소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콘텐츠를 공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7일 이내더라도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환불 불가한 사유가 된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보상 및 환불보다 소송을 통해 공론화, 장기적으로는 관련 입법 및 올바른 게임 서비스 문화 마련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게임업계에 들불처럼 번진 트럭 시위가 게이머가 목소리를 낸 시발점이었다면, 이번 연대는 게이머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통된 권리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운동은 기존의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하더라도 게이머들의 저항 운동은 향후 게임 이용자들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헌 의원실

정치권도 주목, 국감 주요 이슈로 부상할까

한편 정치권도 해당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관련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슈가 장기화되면 오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리니지2M 트럭시위 발생 이후 ‘게임 내 프로모션 계정’ 표시를 게임업계에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리니지2M 이용자 측의 소송 예고 이후엔 “회사 측이 자율 규제 의지가 없다고 보고 해당 제안을 법안으로 발의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우마무스메 간담회 이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게임이용자권익보호기구를 통해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 모두 만족하는 민주적 소통 기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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