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농민들의 어려움에 대해 말을 했고 또 일정한 요청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쌀값 하락 대응 방안에 대해 “쌀값이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하는지, 농민이 피눈물을 얼마나 더 흘려야 하는지, 농민의 쌀값은 목숨 값”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과 말한 것을 공개하는 건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20㎏ 기준)은 지난해 9월 5만4758원에서 올해 9월 4만1185원으로 1년 만에 25% 급락했다. 이는 2018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농민들은 시중에 판매 중인 껌 한 봉지(112g·2980원)를 기준으로 20㎏이 53만원에 달해 껌값이 쌀값보다 13배나 더 비싼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쌀값이 폭락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재고량 증가가 꼽힌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농협의 쌀 재고량은 41만t으로 지난해 24만t에 비해 1년 사이 71% 급증했다. 정부의 국산·수입 쌀 비축량 역시 올 7월 말 기준 104만8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 82만t보다 28%나 늘었다. 현재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으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한 총리는 ‘농민들이 변동직불제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다고 요청한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어렵게 농민들이 어려움을 참아주고, 국가도 노력해 제도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다시 또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가격을 수요와 공급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버리게 만드는 건 우리가 도우려고 하는 사람에게 진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변동직불제란 쌀값이 지나치게 낮을 때 쌀값을 직접 농사하는 농민에게 직접 지불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쌀 기준가격과 쌀 가격의 85%만큼은 최소한 보장될 수 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서는 “법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항구적 대책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대해 “네”라면서도 “항구적인 제도가 경직적인 제도가 돼 버리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쌀값 폭락의 원인을 묻는 말에 “제일 중요한 건 수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고 올해는 풍년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 의원이 ‘농민이 열심히 일해서 수확을 많이 하고 풍년을 이뤄서 국민들한테 국민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초과 생산량이 발생했다고 정부는 시장에 방치하나’라고 따져 묻자 한 총리는 “그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오랫동안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국내적으로만 하나의 조치를 할 수 있는 일이기보다 국제적으로 세계 통상질서에 중요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감안해 가면서 최대한 우리 농민들의 이익과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25일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