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게 양도하라고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홍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한앤코는 남양유업 대주주가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들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쌍방대리, 계약 해지 등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남양유업 일가는 한앤코에 계약대로 주식 이전 전자 등록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들은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홍 회장은 지난해 4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남양유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앤컴퍼니에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주당 82만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임시 주주총회날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고 사전 통보 없이 주총을 연기하는 등 주식을 넘기지 않았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소송에서 한앤코 측이 SPA 체결 직전까지 백미당을 포함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부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폈다. 또 당시 소송 대리를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홍 회장 가족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인 한앤코 대리까지 ‘쌍방대리’를 맡은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회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앤코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인수합병(M&A)에서 한 로펌이 쌍방 자문을 맡는 것은 업계 관행이며, 홍 회장 측이 백미당 분리 매각 등에 대한 조건을 강조한 사실도 없다고 맞서왔다.
한앤코 측은 “계약의 기본 원칙과 시장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남양유업 임직원과 소액주주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던 경영 일선 퇴진 및 경영권 이행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했다.
남양유업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앤코 측은 쌍방대리를 사전에 동의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와 관련한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이런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한앤코가 계약 해지에 책임이 있는 만큼 양측이 맺은 계약 내용에 따라 3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불가리스 사태’ 이후 실적 악화는 두드러졌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 회장은 사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하는 실적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급여로만 8억1100만원의 보수를 받으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