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기류 변화가 포착됐다. 갱신계약이 증가한 반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갱신 여부가 확인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9908건 가운데 갱신계약이 5166건으로 나타났다. 갱신계약 비율은 전월 대비 6%p, 올해 초 대비 10%p 가까이 증가하며 처음으로 신규계약을 추월했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줄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지난 7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63.4%로 전월 대비 0.1%p, 올해 초 대비 5.6%p 가량 떨어졌다.
신규 전세 계약이 줄어든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월세 계약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직방이 최근 약 1300명의 임차인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거 형태’를 조사 결과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선호도는 2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접수된 전체 상담 7만8010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상담은 2만9360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온라인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갱신청구권 꼭 써야할까요?”, “계약갱신청구권 청구 문의드립니다” 등 갱신계약을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임대인·임차인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전세 가격이 하락해 세입자 입장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기보다 현재 전세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집을 찾는 경우가 생겨 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약갱신청구권이 기존 취지에 맞게 세입자 보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전월세상한제로 인한 전세금 상승 제한으로 집주인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로 주택을 구매한 집주인들이 많아져 전세난이 역전세난으로 변질된 상황”이라며 “대출금을 상환해야하는 집주인들의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결정적인 순간에 써야하는 카드(계약갱신청구권)를 굳이 지금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에 실패한 집주인의 경우 전세금 상환이 어려워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집주인이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은 집주인이 우위를 점한 바 있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관계는 언제든 다시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