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디지털자산법안의 주요 쟁점 및 입법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대규모로 형성된 디지털자산시장에서 정보격차 축소와 투자자 보호, 투자자산의 디지털화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자산법 제정을 논의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발행인의 의무공시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공시와 불공정거래금지, 사업자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입법안이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백서보다 투자정보제공기능이 강화된 디지털 자산계획서 신고 의무를 부과, 감독당국에 제출한 후 시장참여자에게 공시토록 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때 비트코인처럼 발행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디지털자산 거래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수취하는 사업자가 발행인에 준하는 발행공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발행인의 의무는 발행인에게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사무국 총괄은 “발행공시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개별 거래 사업자에게 발행인에 준하는 공시의무를 부과하려면 발행인이 불응하거나 미대응할 경우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개별 거래 사업자가 발행인 대신 공시하려면 발행인에게 해당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 이때 발행인이 불응하거나 미대응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어 거래를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재진 사무국 총괄은 “법안을 만들 때 책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백서의 오인으로 인한 손해배상 역시 거래 사업자가 아닌 발행자의 책임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은 5대 거래소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받아쳤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 요구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하지만 이 점은 한국거래소도 똑같다”면서 “듣도 보도 못한 발행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경우 정보 요구 권한과 상관없이 발행하지 않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 거래소에서 공시할 때 정보 요구 권한이 없어 생기는 문제는 크지 않다. 상장관리 측면에서 과거 리플도 코인베이스에서 리스크를 감지하고 상장 폐지한 바 있다. 거래소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발행인에 준하는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라면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판매한 마트에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없다. 공시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발행인이 제공하는 백서 또한 현재 거래소에서 국문 백서로 번역해 출간하고 있다”면서 “해외 발행인에게 국문 백서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날 공시규제, 불공정거래규제, 사업자규제, 자율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을 디지털 자산법안 논의의 핵심과 쟁점별로 입법의 필요성, 주요 내용, 해외 입법례를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창현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축사에 나섰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사무국 총괄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미국변호사가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