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분양시장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한때 지방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미분양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신규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7523가구로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7000가구를 넘어섰다. 미분양 주택 수는 한달 사이 805가구(12%) 늘었고 지난해 말(1977가구)와 비교했을 때 4배 가까이 뛰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 수보다도 많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7월기준 3만1284가구를 기록한 가운데 수도권은 4529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역 경남 센트로팰리스’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분양가보다 9000만원 낮은 4억3000만원에 나와 있다.
올해 분양한 단지들도 저조한 청약률을 피하지 못했다. 7월 대구 남구, 북구, 수성구에서 4개 단지 2161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섰지만 청약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명 브랜드 단지도 참패를 거듭했다. 대구 남구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총 967가구 모집에 1~2순위 청약자 244명으로 미달을 기록했다. 9개 타입 모두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1분기에 공급한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도 993가구 모집에 856가구가 무더기 미달됐다.
정부도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뒤늦은 조치에 나섰다. 지난 21일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열고 지난 6월30일 대구 일부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데 이어 대구 수성구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로써 대구 모든 지역이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다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매수자의 입장에선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매입 의지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부담이 현실화 돼,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을 기대하기 제한적이다”고 했다.
이 가운데 GS건설은 오는 10월 대구 남구에 ‘대명자이 그랜드시티’ 분양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단지는 대구시 남구 대명 3동 2301-2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34층, 17개동, 총 2023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중 전용면적 46~101㎡, 1501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이다. 전용면적별로 살펴보면 △46㎡A 176가구 △46㎡B 30가구 △59㎡A 543가구 △59㎡B 71가구 △70㎡ 157가구 △84㎡A 213가구 △84㎡B 254가구 △101㎡ 57가구로 구성된다.
GS건설 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분양되는 단지로 조합과 의논해 분양 일정을 결정하게 됐다”며 “시장이 안좋은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상품을 신경써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GS건설이 공급한 ‘범어자이’는 1순위 청약 흥행에서 참패한 바 있다. 당시 ‘범어자이’는 1순위 청약 접수 마감 결과 전체 6개 타입 가운데 5개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84㎡조차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가장 인기있는 84C 타입이 0.6대 1에 그쳤다. 유일하게 미달이 나지 않은 114㎡도 1.1대 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단지 내 오피스텔 최고 청약률(128.5대 1)과 비교하면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편 대명자이 그랜드시티의 견본주택은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일대에 마련된다. 입주는 2026년 상반기 예정이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