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청년정치인이 있다. 1992년생 황희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다. 황 이사는 2015년에 정당에 가입해 2019년부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황 이사는 프로게이머 시절 보수 정당을 지지했었지만 현재는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며 활동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2019년 총선기획단 위원을 시작으로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 위원 활동 등을 하며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 이사는 보수 정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민주당 또한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28일 쿠키뉴스는 청년 정치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보이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황희두 이사와의 일문일답.
-프로게이머에서 정치인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 ‘알리미 황희두’ 채널을 운영하며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황희두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는데 그때 심리전과 여론전에 관심을 두게 됐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종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게 됐는데 촛불 혁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쯤 이 게임이 정치와 비슷한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느꼈다. 여론이 중요하고 전략을 잘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 변화과정을 대중에게 설명하고 정치에 대해 논해야 문제의 해법을 찾기 수월해질 것 같아 적극 목소리를 내다가 당에 합류하게 됐다. 또 민주진영의 온라인 대응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종합한 결과 다양한 경험을 살려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
-보수에서 진보 성향으로 바뀐 이유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내적 욕망, 정서적 일체감 등이 성향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치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정치를 유머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유머를 정치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과 그의 성공 신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졌다. 또 학창 시절 신림동에서 용산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지역 친구들은 집값, 재개발 얘기를 하며 프로게이머라는 제 꿈을 무시하기도 했다. 그때 ‘강한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돈 많고, 권력이 있는 그런 사람을 보면 정서적 일체감이 생겨 그 사람을 지지하게 되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얽혀 보수층을 지지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면서부터 환상이 깨졌고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얘기를 알게 되니 변하기 시작했다. 그분이 과거에 돈을 굉장히 많이 벌던 분인데 ‘재산은 내 게 아니다’고 말하며 직원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민주화 운동을 하던 분들에게 집을 해드리며 빚더미에 앉게 되셨다. 제가 돈과 권력 같은 껍데기만 추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을 아버지와 함께 뵌 적이 있었는데 허름한 옷을 입은 그분께 아버지가 달려나가서 깍듯이 모셨던 게 기억난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정치에 관한 책을 자세히 읽다 보니 서서히 변하게 됐다.
-최근 개관한 ‘노무현시민센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오랜 숙원사업이어서 정말 많은 공을 들였고 많은 이의 염원이 모여있다. 힘든 시기지만 기성세대 분들과 청년, 청소년 세대가 뭉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생겼다고 본다. 하드웨어가 만들어졌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을 차례다. 저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하거나 청년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치인을 어떻게 희화화시켰는지 등을 알릴 예정이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가 특정 정치인을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이를 ‘밈(meme·인터넷 공간에서 공유되는 유행어나 사진 등)’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성과 같은 게 지워지고 큰 오해를 부르게 된다. 이런 행위들을 지양하고자 하고 시민교육 등을 통해서 대중과 더 소통하려 한다.
-‘김건희 여사 베일 모자’ 저격으로 고발당한 건에 대해서는
▶김건희 여사의 모자가 ‘로얄패밀리’가 사용한 것이라는 내용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해서 저도 올렸는데 이게 고발당했다. 잘못된 정보였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과한다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를 떠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문화는 더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온라인 커뮤니티 싸움’에서 밀린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강연을 하기 위해 학교를 수십 군데 다니며 느낀 건 정치인을 조롱하는 밈이 ‘놀이문화’가 돼 있었다는 거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거다. 그러다 보니 학교 내에서 문제의식을 지닌 학생이 있어도 직접 친구들 사이에서 얘기를 못 한다.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 문화의 싸움이라고 본다. 문화전쟁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지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머 글과 생활 소식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와 있는데 민주당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디지털 쪽 관심이 많아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에서) 앞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성공에 안주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프레임 전쟁’에서 지금은 뒤처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싸움에서 밀리는 거다. 전반적 상황에 대해 사실과 당위, 진정성만 앞세우는 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포스트트루스(post truth·탈진실) 시대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민주당이 하는 거다. 각자의 진정성, 각자의 사실이 있는데 정치 무관심층은 이에 관심이 없다.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정교하게 세팅해야 한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갖고 있어 앞으로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청년 정치에 대한 생각은
▶청년 정치인들이 어떤 청년을 대변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청년 정치라는 말이 가끔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같은 나이인 청년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부동산을 몇 채씩 가지고 평생 걱정 없이 사는데 누군가는 학자금대출과 좁아진 취업 문턱, 불안한 미래 등으로 좌절하고 있다. 그 모두가 같은 청년이라는 범주로 묶인다면 약자들의 목소리는 가려질 거라고 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586 꼰대론’ 등을 얘기하면서 본인이 혼자 구원자가 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청년들의 불안을 정치권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청년 중 ‘기성세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너만 대안이다’ 이런 말에 취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 정도로 정치 문제가 해결되면 이 정도로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은 지금 당장은 실수도 하고 미흡하지만 몇 번의 기회를 더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본인을 비교하며 무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SNS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든가 해결방법은 청년들이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속에서 ‘나는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좋겠다. 부자라고 다 나쁘지 않고 가난한 이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체성 다른 각자가 균형을 잡고 어떤 청년을 대변할 건지, 이게 청년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황희두에게 ‘정치’란
▶‘총칼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를 말살시키자는 게 아니고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동시에 약자들의 버팀목이 돼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정치다. 강자들, 가진 자들 처지에서는 정치가 없어도 벼랑 끝에 몰릴 일이 크게 없지만 이번 반지하 폭우 피해 등을 보면 결국 위기 상황에서 약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그분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책임 없는 자유만 얘기하면 피해는 약자들에게 간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책임 없는 자유 같은 것만 대변되는 것 같다. 다른 당과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토론하며 사회를 한 층 더 변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깨어 있는 시민의 범위를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현실정치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프레임 전쟁’, 문화전쟁은 현실정치의 역할로만은 부족하다. 제 위치에서 청년과 기성세대의 가교로서 활동할 거고 당내 자유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