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치른 이재명, 대선 후 다시 ‘기본소득’ 꺼낸 이유

데뷔전 치른 이재명, 대선 후 다시 ‘기본소득’ 꺼낸 이유

李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
“민생 경쟁에 앞장서겠다는 의지”

기사승인 2022-09-29 06:00: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쿠키뉴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대표연설은 시작도 끝도 ‘기본사회’였다. 그는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이 포함된 기본사회에 대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설내내 기본사회를 거듭 강조한 배경에는 기본소득을 여야 담론과제로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연설을 통해 “이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대전환을 고민해야한다”며 “기본사회 정책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며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적 삶이 보장되고 미래와 노후의 불안이 사라져야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회, 재난이 닥쳐도 걱정 없는 사회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해서도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머리를 맞대달라”며 “국민의힘 정강정책 제 1조 1항에도 기본소득을 명시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완의 약속,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 그게 바로 노인 기본소득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할 방침으로 내세웠던 ‘민생 7대법안’에 포함된 내용인 기초노령연금 월 40만원 확대도 언급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도 ‘아동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손실보상제도, 주식공매도 개선, 가상자산 법제화 등을 언급하며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공통공약이였음을 강조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핵심 메시지는 여야가 ‘정쟁’이 아닌 ‘민생’을 방점에 찍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쟁 때문에 민생이 희생되면 안 된다”며 “지금 당장 여야가 함께 해결할 숙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야당 대표가 국가비전을 제시한 건 흔하지 않다”라며 “정부여당은 리스크 관리만 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정쟁이 아닌 민생 논쟁을 국회에 끌고 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고 기본소득은 여야가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지난 대선후보 당시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던 기본소득 정책은 극심한 의견 대립에 대포 공약으로 점쳐뒀다가 후순위로 미루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져 온 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된 그가 공식발언을 통해 기본소득을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대통령 욕설이 여야 공방으로 치열하게 이어질 경우 자칫 정치혐오로 귀결될 수 있다. 민생위기를 해결할 대안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라며 “기본사회라는 본인만의 미래 비전 제시를 통해 늘 강조하던 민생 경쟁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연설 이후 정치권은 곧바로 뜨거워졌다. 국민의힘은 ‘포퓰리즘 선동’이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연설을 두고 “처음부터 끝가지 허상과 선동, 자기부정의 화법”이라며 “나라 빚 1000조 시대를 만들어놓고도 또다시 ‘기본’타령을 하며 악성 포퓰리즘 선동을 하고 있다. 기본정책이 아닌 탕진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데 너무 이상적인 것을 말씀하셨다. 그렇게만 되면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재원 대책 없이 너무 국가주의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 당시 기본소득을 사실상 반대해왔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에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것인데 어쨌든 법안으로도 냈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 대표도 이와 관련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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