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MZ세대 성지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 점령에 나섰다. 성수동 일대에 무신사 본사 건물을 짓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몇 달 사이 스튜디오와 쇼룸, 갤러리까지 오픈하면서 그야말로 무신사 거리로 만들고 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무신사의 온오프라인 영향력이 커지자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상장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무신사는 “회사가 계속 성장 중”이라며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아꼈다.
왜 성수인가
과거 1970년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준공업 지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쇄업과 수제화, 가죽산업 등이 발달해 공장과 창고가 대부분이었다. 2014년 서울시는 성동구의 도시 슬럼화를 막기 위해 성수동 일대를 도시재생시범사업 구역으로 지정했다. 시는 임대사업을 펼치는 등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서울숲을 중심으로 패션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쇼룸과 팝업 스토어 등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의 교류는 더욱 다양한 시너지를 내면서 발전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만 하는 유통업계 기업 입장에서도 성수동은 임직원들의 업무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성수동에서 근무 중인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있다 보니까 긍정적인 교류가 작용하고, 하다못해 각 기업의 활동에 대해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성수 장악하는 무신사
최근 무신사는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 캠퍼스 N1’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지난 2012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10년 만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앞으로 젊음, 패션, 트렌드를 아우르는 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성수동을 상징하는 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특색 있는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수동이라는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무신사는 성수동에서 본사가 위치한 무신사 캠퍼스 N1을 비롯해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 무신사 테라스 성수를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패션 관련 스타트업 및 디자이너를 위한 공유오피스다. 무명이지만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스타트업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고, 업계 간 교류를 강화해 결과적으로 패션업계 전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앞서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는 공유오피스 3호점이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 2018년 동대문 1호점과 올해 2월 한남동 2호점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무신사가 지난해 인수한 패션 플랫폼 29CM의 첫 큐레이션 쇼룸 ‘이구성수’를 최근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공간을 통해 계절에 맞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및 패션 브랜드를 소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직접 보고 입어볼 수 있으며 구매는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또 성수동에는 무신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가 운영하는 한정판 리셀 마켓 ‘솔드아웃 쇼룸’과 최근에 무신사 트레이딩이 오픈한 ‘엠프티’라는 셀렉트샵도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무신사는 올 초부터 성수동 옛 CJ대한통운 부지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목표는 2024년도에 들어가는 것이다. 신사옥이 지어지면 무신사를 비롯해 29CM, 스타일쉐어, 솔드아웃 직원들이 한 둥지에서 생활하게 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2024년도 무신사 직원들이 다 같이 생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한 전초 단계로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기업들을 성수동으로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전 몸집 불리기 시작되나
무신사의 온오프라인 영향력이 커지자 시장에선 무신사의 상장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투자금 1300억원을 유치하며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5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무신사는 연간 거래액이 2조3000억원을 달성해 국내 패션 플랫폼 최초로 ‘거래액 2조 시대’를 열었다.
당초 무신사는 올해 하반기 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내 IPO 시장 위축 및 회사의 사세 확장에 따른 기업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상장 일정을 2023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서 무신사 입장에서도 상장 시기를 정하는 게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최근 마켓컬리가 상장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무신사도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아직까지 상장 압박은 없다”며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