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를 크게 비판했다.
이 전 원장은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해 언어학적으로 접근해 MBC의 자막처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음성인식은 기계적 인식, 사람의 청취인식, ‘네이버 클로바노트’와 같은 기계가 자동인식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며 “또 문맥의 수사적 논리성에 근거한 방식 등이 있다. 이 같은 게 음성의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이즈가 많은 음성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리가) 아주 분명하지 않았을 때 자막을 달아 (인식을 수월하게) 하는데 제가 MBC에서 초대 우리말 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당시 자막처리 기술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에서의 자막처리는 대단히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게 본인의 신념인데 이번에 문제가 됐던 내용을 미세하게 듣고 자막과 동일한가를 따져봐도 식별이 어려웠다”며 “이런 부분에서 성원용 교수와 의견이 같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은 문맥 분석이 중요하다며 “말의 앞뒤가 맞아야 하는데 ‘이XX’나 ‘바이든’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며 “문맥 논리의 구성으로 보더라도 MBC에서 그날 자막을 임의로 내보낸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MBC의 행태에 대해 “국가 이익을 완전히 포기하고 특정 대통령을 소위 침몰시키려고 하는 음모라고까지도 여겨진다”며 “정치적 해석보다는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의 공정, 정의를 위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야겠다는 판단에서 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자막처리의 공정성·정확도, 음성 파형 분석 결과, 그리고 ‘네이버 클로바노트’ 같은 기계 분석 장치의 결과, 문맥 구성의 논리로 따졌을 때 MBC의 윤 대통령에 대한 비속어 자막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앞서 몇몇 음성인식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성원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오랫동안 음성인식을 연구했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자동음성인식기에 넣어보았는데 내가 시험한 어떤 음성인식기에서도 ‘바이든’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은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막대로 듣는다”며 “자막이 매우 선명한 사전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연구자 윤리에서도 데이터 변조는 최악의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이 된다면 정직과 투명, 논리적 설득이 아닌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MBC를 저격했다.
한편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도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 음성을 청취했지만 ‘판정불가’ 결론을 내렸다.
조진수·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