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14조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해당 사업 계약을 위해 동분서주했을 만큼 관심이 높다. 하지만 최근 예기치 못한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결국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10일 “지난 7일 기성금(공사를 한 만큼 받는 돈) 지연 지급 및 미지급 등 계약 위반을 이유로 이라크 투자위원회(NIC)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해지 효력은 21일 뒤에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한화건설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가 바그다드(수도)에서 10km가량 떨어진 곳에 주택 10만가구와 교육시설, 병원, 도로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101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다. 한국 건설회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높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미수금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수금과 기성금으로 43억2200만 달러(6조1588억원)를 받았다. 총 공사대금인 101억2000만 달러(14조4210억원)의 43% 수준에 불과하다. 공사 미수금은 6억2900만 달러(8963억원)다.
내전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사 진행이 지연된 것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한화건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주택 건설은 44.99%, 사회기반시설은 29.02% 정도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같은 기간 공정이 각각 43.49%, 26.78%였던 것을 감안했을 때 공사가 사실상 멈춰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건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발주처와 협의를 해서 공기 연장을 했다하더라도 부담은 커지게 된다”며 “공사 기간 연장으로 인해 공사를 재개할 때 현장 인력과 자재·장비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본사 인력들의 인건비(고정비) 발생도 확대되면서 이는 본사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