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방송인 박수홍씨의 친형이 횡령혐의로 기소되자 박씨의 아버지가 자신이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친족상도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아버지는 박씨 친형 A씨가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돈을 횡령한 것은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친이 횡령 주체를 A씨가 아닌 자신으로 만들어 재산 분쟁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A씨는 박씨와 같이 사는 가족이 아니어서 박씨가 A씨를 고소할 경우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친은 직계 가족이기 때문에 실제 부친이 횡령했다고 해도 친족상도례로 인해 처벌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에 명시돼 있습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제323조의 죄(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로 규정합니다.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친족상도례는 가족 내부의 결정에 대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에 대해 “지금 사회에선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의 개념”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도 친족상도례 개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개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친족상도례 개정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14대 국회에서는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 중 동거가족을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 20대 국회에서도 개정 논의가 일었지만 입법의 임기 만료 등으로 무산됐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는 과거와 달라진 사회현상을 반영해 해당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전과 달리 핵가족이 많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어났기에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상속 관련 재판을 주로 담당한 최영식 변호사는 1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법 폐지와 관련해서는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약간의 변경에 대한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옛날 가족 형태와 지금 가족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며 “같이 사는 가족의 수도 적어졌기에 개정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친족상도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병훈 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