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5년만에 부활…“학력저하 개선” vs “성적 줄 세우기”

학업성취도 평가 5년만에 부활…“학력저하 개선” vs “성적 줄 세우기”

학원성취도 자율평가, 2024년부터 초3~고2 대상
교육계·학부모들 찬반 엇갈려

기사승인 2022-10-12 14:53:04
쿠키뉴스DB

현재 초6, 중3, 고2 대상으로 시행 중인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오는 2024년부터 초3~고2까지로 확대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원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평가를 받게 해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학습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초학력 저하라는 문제가 분명하다는 데 학부모들은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학업성취도 평가가 확대되는데 대한 찬반은 엇갈렸다.

12일 서울시 양천구에서 초등자녀를 키우는 박정윤(39)씨는 “아이의 학업 수준을 계속 체크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에게)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지만 학업에 욕심이 있는 아이라면 오히려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박해영(45)씨는 “공부도 습관이다. 시험을 봐야 공부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었다는데 교과서 수준의 평가로 이같은 학력 저하 문제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고2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7년 각각 9.9%와 4.1%에서 지난해 14.2%, 9.8%로 늘었다. 

교육부는 학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중3과 고2 학생의 3%만을 대상으로 한 학생성취도 평가를 내년에는 초 5·6, 중3, 고1·2로, 2024년부터 초3~고2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평가 대상이 거의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가 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의 성취도 평가가 학습 부진 학생을 찾아대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존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일제고사 축소 방침에 따라 3%만 표집해 치르는 평가로 바뀌었다. 이후 표집에 속하지 않아도 학력 진단 기회를 달라는 요구가 나오면서 학교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도 시행 중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 지난 2017년 6월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학 학원 강사이자 워킹맘 A씨는 “이미 단원평가 등으로 학생의 학습 수준을 평가하고 있는데 (자율적이라고 하더라도)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초등 3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연수(38)씨는 “평가 학교의 학년 평균이 전국, 지역적으로 순위가 나오면 비교가 될텐데 이게 줄 세우기”라며 “지역 간 편차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과거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학군을 보는 지표로 부동산 카페에 돌기도 했었다”고 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임주은(36)씨는 “요즘 많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받아쓰기조차 진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혁신초등학교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학업을 하는 등 새로운 학업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데 초3부터 고2까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본다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 매년 성취도평가를 본다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교육을 많이 받는 아이들이 많은 곳의 성적이 더 잘 나올게 뻔한데 사교육에 불 지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초6 자녀를 둔 김지영씨는 “원하는 학교만 평가를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초3~고2까지 평가 대상이 거의 전학년이고, 신청 학교가 많으면 사실상 전수평가 아니냐”고 따졌다. 실제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학교는 매학년 시작 후 2개월 안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해야 하는데 자율평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교육청은 전체 학교에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필수’로 신청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통령이 직접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게 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표명한데 대해 환영한다”며 “학력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해 거부하고 깜깜이 학력을 조장하면 자칫 학습 결손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 문제 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기초학력의 핵심은 진단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획일적 진단과 문제풀이 교육으로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학생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와 교원 확충 등 근본적인 교육여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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