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약 ‘헴리브라’, 비항체 환자는 그림의 떡

혈우병약 ‘헴리브라’, 비항체 환자는 그림의 떡

기사승인 2022-10-14 06:00:06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A형 혈우병 환아의 어머니 김경화 씨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주사가 무서워 우는 아이를 엄마 아빠가 온몸으로 붙잡고 주사바늘로 계속 찌릅니다.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개선해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믿었는데, 심평원은 2년이 넘도록 묵묵부답입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A형 혈우병 환아의 어머니 김경화 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윤 대통령을 향해 치료제 접근성을 높여달라며 호소했다.

희귀 질환인 A형 혈우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예방적 치료제 ‘헴리브라’가 국내에 도입된지 3년이 지났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대다수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헴리브라는 앞서 2019년 1월 항체 환자 치료제로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20년 3월 비항체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했고 우리나라 판매는 JW중외제약이 담당하고 있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출혈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지혈되지 않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해당하는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8번인자의 결핍으로 나타난다. 8번 인자를 주입해 혈액응고를 돕는 것이 치료제의 원리다. 

8번 인자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주입한 일부 환자에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같은 치료제를 투약해도 내성이 생겨 더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환자를 항체 환자라고 부른다. A형 혈우병 환자의 약 10%는 항체환자, 나머지 90%는 비항체 환자로 파악된다.

헴리브라는 시중의 A형 혈우병 치료제 가운데 항체 환자와 비항체 환자 모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다. 9번 인자와 10번 인자를 결합한 이중특이항체를 활용해 8번 인자의 직접 주입을 회피, 내성 발생 문제를 해소했다. 국내서는 항체 환자를 대상으로는 2020년 5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하지만 A형 혈우병 환자의 대다수인 비항체 환자에게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비항체 환자들의 헴리브라에 대한 수요는 상당하다. 기존 치료제보다 투약 과정의 고통이 적어, 혈관이 약하고 통증에 민감한 소아 환자의 부모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기존 치료제는 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정맥 주사로 일주일에 2~3회 투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헴리브라는 1~4주 1회 피하주사로 투약한다. 혈관을 잡는 데 실패해 여러번 주사바늘을 찌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비항체 환자들이 비급여로 약값을 전액 부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정보에 기재된 ‘헴리브라피하주사(150mg/1mL)’의 약가는 1200만원(1mL/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헴리브라의 연간 약제비는 2억원 후반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기존 치료제들과 유사한 규모다. 헴리브라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시 환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은 연간 몇 백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급여 가능성과 적용 시기는 미지수다. 헴리브라를 국내 유통하는 JW중외제약은 2020년 7월 비항체 환자에 대한 급여 적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급여 적용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지금 비항체환자 대상 급여 확대와 관련해 비용 효과성, 임상적 유효성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검토 속도를 높여 환자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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