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 의지에 힘이 들어갈 전망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고물 경고등이 계속되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CPI도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11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월가 전망치인 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2%를 각각 상회했다.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6월(9.1%)보다 석달 연속 둔화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8%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6%로 치솟아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4.9% 하락하면서 에너지 지수는 2.1% 내려갔다. 하지만 주거비(전월 대비 0.7%↑) 식료품(0.8%↑) 등이 상승하면서 물가 수준을 끌어 올렸다.
예상을 웃도는 강한 인플레이션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은 더 힘을 받게 됐다. 특히 근원 CPI는 전체 CPI보다 연준이 더 주의 깊이 보는 지표다. 물가 상승을 통제하기 위한 연준의 노력에도 근원 CPI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내달 4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연준은 지난달 20~21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3.0~3.25%까지 올렸다. 올 연말 금리로는 4.4%를 예상했다.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11월, 12월)에서 최소 한 번은 자이언트스텝은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CPI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Fed가 11월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5.8%로 수직 상승했다. 12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61.3%로 나타났다.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에서 모두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말 4.75%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내달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한 차례 더 빅스텝(0.50%p 금리 인상)을 단행해 연말 최종 금리가 3.5%가 되더라도 한미 금리 격차는 1.25%p까지 벌어진다.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한미 금리차는 최대 1.5%p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아서 래퍼 주니어는 “(9월 CPI는) 높은 수치다”라며 “연준은 분명히 다음달에 0.75%p를 인상할 것이고 12월에 0.50%p 또는 0.75%p를 인상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카드 이코노믹스 인스티튜트의 미셸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물가 안정에 전념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웃돈 만큼 연준은 약속을 더 증명하려 할 것. 이는 더 높은 금리와 경제 둔화를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