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멈춰서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한 대학원생이 남긴 말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우리 사회 전반 곳곳에 퍼져 메신저를 넘어선 소통과 업무, 생활의 기반이 됐다. 하루 동안 벌어진 카카오톡 정지는 모든 생활의 불편함을 야기했다.
1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SK C&C 화재 사건으로 멈춰버린 카카오톡은 과독점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생활권은 일시에 정지되면서 시민은 혼란을 겪었다. 대체재의 부재는 그 피해를 더 키웠다.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제도의 정비와 예방을 약속했고 과독점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다. 하지만 이전의 수차례 국정감사에도 과독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카카오 정지대란’으로 벌어진 피해는 아직 추산조차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을 기반을 둔 금융과 대여, 이동 플랫폼이 일시에 정지되면서 나타난 피해는 2일이 지난 지금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점유율을 90%를 넘기고 있다. 메신저의 특성상 사용자가 사용자를 불러들이는 구조를 하고 있어 다른 대체재가 성장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특히 카카오는 이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4개로 금융과 산업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개인 거래)를 활용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톡 계정 1개만 있다면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실생활 서비스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일부 사이트들은 카카오를 이용한 로그인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 생활권에 더욱 빨리 녹아들고 있다.
앱은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어 평소 이용하던 앱을 그대로 사용한다. 별도의 앱을 사용하면 결제 수단과 방식, 계정생성 등 불편한 점이 있는 탓이다. 이런 특성이 이번 사건을 키우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카카오 정지대란’을 두고 시스템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도어스태핑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으로서는 국가기관 통신망과 다름없다. 국회와 잘 논의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을 채택했다. 카카오 사태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묻겠다는 의지다. 독점 이슈도 떠오를지 주목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이슈 등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카카오는 이후 카카오 택시 등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계열사 수를 올해 연말까지 30~40여개 줄인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으로 김 의장은 1년이 지나 다시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 정부는 건강한 시장생태계를 위해 독과점을 제재한다고 했지만 시민이 느끼는 변화는 거의 없는 모습이다.
전문가는 플랫폼 독점 문제에 대해 규제보다는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카카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카카오는) 메신저를 독점하고 있고 산업 분야에서는 과점 상태에 있다”며 “독점과 과점을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2012년 LG CNS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문제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4시간가량 멈춘 적이 있었다”며 “그때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고 이원화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화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10년 만에 같은 문제가 터진 것이다. 심각한 상황인 걸 인지 못 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응 매뉴얼이 부재한 것도 문제지만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고려도 해야 한다”며 “상대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해킹되거나 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겠다는 인식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카카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여러 문제가 심각하다”며 “독과점이 지적되긴 하지만 무료 서비스인 만큼 정부에서도 법적으로 독과점 문제를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가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사유재기에 그런 점에서 통신사와 유사하게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통신사와 데이터 센터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게 규제보다 효율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