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최소 2년 간 완전체 활동을 쉬어간다. 맏형 진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군에 입대하면서다. 방탄소년단은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한 뒤 2025년 이후 완전체로 다시 뭉칠 전망이다. 팬들은 “조건 없는 믿음을 증명할 시간”이라며 멤버들을 응원하고 있다.
“나라 부름에 응하겠다”던 진,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 신청
17일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은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병무청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계획이다. 자세한 입대 시점은 입영통지서가 발부돼야 확인할 수 있다. 1992년생으로 만 30세인 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입영을 연기한 상태였으나, 이를 자체 철회했다. 그는 앞선 기자회견과 외신 인터뷰 등에서 “병역은 당연한 의무다. 나라의 부름에 언제든 응하겠다”고 말해왔다.
‘글로벌 슈퍼스타’라는 명성을 입증하듯, 방탄소년단의 입영 계획이 알려지자 온라인은 즉시 들썩였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는 ‘방탄 군대’ ‘군대 간다’ ‘입영 연기’ ‘평생 아미’ 등 방탄소년단 관련 키워드로 뒤덮였다. 팬들은 “조건 없는 믿음을 보여줄 때” “변함은 많았지만 변화는 없는 우리” “석진(진 본명)아 사랑해” 등 응원글을 쏟아냈다. 멤버들은 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연 2030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에서 “하나 된 믿음으로 미래를 그릴 시기”(제이홉)라며 “우리 앞에 무슨 일이 펼쳐져도 일곱 멤버가 같은 마음이고 여러분이 우리를 믿어주시면 굳건히 이겨나갈 것”(RM)이라고 힘줘 말했다. 군대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입영 발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중문화예술인도 대체 복무’ 병역법 개정 백지화?
방탄소년단이 병역 이행 계획을 밝히면서 병역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해졌다. 앞서 가요계와 정치권에선 현행 병역법이 대중문화 예술인에게 불공평하다며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행법상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로 대중문화가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여론도 방탄소년단의 대체복무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에 대해 물은 결과 56.6%가 찬성(매우 찬성 32.1%, 다소 찬성 24.5%)한다고 답했다.
다만 멤버들은 병역법 개정이 ‘방탄소년단 특례법’으로 논의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슈가는 2020년 5월 내놓은 믹스테이프에서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X들 싸그리 다 닥치길”이라고 직격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는 멤버들 의지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최근 몇 년 간 병역 제도가 변했고 변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아티스트들이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025년 완전체 활동 재개할 듯…그전까진 개별 활동
방탄소년단은 멤버 군 복무로 인한 완전체 공백기에 개별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달 솔로 음반을 내놓은 제이홉에 이어 진이 솔로 싱글을 발표한다. 그는 부산 콘서트에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과 연이 닿아 작업했다”면서 “최근 여러 가지 (콘텐츠를) 찍었고, 더 찍을 게 남았다”고 알렸다. 다른 멤버들도 유튜브 등에서 솔로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와 멤버들은 방탄소년단 완전체 활동을 2025년 재개하기로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멤버들이 비슷한 시기에 입대해 공백기를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소속사 측은 “현 시점에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멤버들이 각자 활동 계획에 따라 순서대로 입영한다는 소식이 방탄소년단 완전체를 바라는 팬들에게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같은 세계적인 스타에게 2년여의 공백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K팝 스타들이 입영 전에 콘텐츠를 제작해두는 추세라 팬들이 체감하는 공백기는 더 짧을 수 있다. 군악대 등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어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군 복무 중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