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국을 발칵 뒤집었던 ‘스쿨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발생한 지 5년이 흘렀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은 학교명과 구체적 처리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학부모단체 등 14개 시민단체들은 “교육당국의 노골적인 스쿨미투 은폐 노력으로 가해 교사는 웃고, 피해 학생은 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스쿨미투 학교명과 처리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경기·경남·대구·대전·전남·전북·충북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스쿨미투는 지난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중심이 돼 교내 성폭력 피해 사실과 가해 교사를 고발한 것이 도화선이 돼 전국에서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운동으로 퍼졌다. 이후 용화여고 가해 교사를 비롯해 일부 교사들은 처벌받았지만 17개 시도교육청이 처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진행했고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10곳이 학교명을 공개한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무소속)이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학교명이 포함된 학교 성폭력 발생·처리 현황자료를 제출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으나 교육부 또한 학교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명 등을 비공개하고 있는 7개 시도교육청은 학교명 공개가 정보공개법·청소년성보호법 등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학교 구성원에게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학교명 비공개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같은 비공개 사유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가해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미 서울시교육청과 재판에서 다툰 내용으로 법원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며 “학교폭력예방법·성폭력처벌법·아동복지법은 학교명 공개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 적용되기 어려운 조항들”이라고 설명했다.
남궁수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사건을 공론화하고자 애쓴 학생들에게 남은 것은 끊임없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데 각 시도교육청은 ‘개인정보보호’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학교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의 총 452건의 학교 성폭력 사건 정보 중 61%(227건)만이 수사기관에 고발 접수됐다. 나머지 175건은 고발하지 않았거나 정보 부존재 상황이다.
남궁 활동가는 “수사를 실시한 학교 성폭력 사건 277건 중 오직 44건만 수사 상황에 대한 정보, 재판결과가 있다”며 “나머지 84%(233건)들에 대한 교육청 답변은 ‘정보부존재’ ‘알지 못함’ ‘빈 칸’이었다. 무려 네 개의 법령에 적시된 내용임에도 교육공무원들은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수사결과 정보도, 재판결과도 인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전수조사·피해자 지원 등 후속조치가 정당하고 충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학교 이름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를 향한 질책도 나왔다. 이들은 “2018년 이후 전국의 학교 성폭력 발생 현황을 단 한 번도 파악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학교 성폭력 공시제도’를 도입해 불필요한 소송전을 방지하고 ‘2018 스쿨미투 백서’를 발간해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와 7개 시도교육청에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오는 21일까지 학교명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건발생 학교명’은 학교 성폭력 처리 결과가 적절했는지 감시하고 평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정보”이라며 “피해자·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 교사 직위해제 여부, 징계 및 처벌 결과와 현재 재직 여부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도 해당 학교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소송도 불사할 것. 5년이 걸려도 10년이 걸려도 끝까지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