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사회적인 문제이자 논란거리가 되는 가운데 구글만이 ‘마약마케팅’ 퇴출 요구와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걸로 드러났다. 구글은 학부모들의 ‘마약마케팅’에 대한 제재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2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은 다른 포털 사이트와는 달리 ‘마약마케팅’을 현재 허용하고 있다. 최근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네이버와 다음이 쇼핑 섹션 검색 금지어 목록에 ‘마약’ 단어를 포함해 소비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지만 구글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마약’ 단어를 한글로 구글에 검색하면 매트리스부터 베개, 쿠키, 속옷, 잠옷, 신발 등등 품목을 가지지 않고 쇼핑 리스트 목록이 노출된다. 최근 비판받는 무분별한 ‘마약마케팅’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arcotics’를 구글 쇼핑 검색해보면 10개 남짓의 검색 결과만이 노출된다. 이 또한 마약마케팅이 아닌 마약 관련 전문 서적 등이 대다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마찬가지로 마약마케팅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마약’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기 전부터 학부모 단체인 ‘동작구 멈춰 마약마케팅 학부모 모임’은 마약마케팅의 부적정성을 이유로 ‘마약마케팅’ 개선 노력을 펼쳐왔다.
이들은 지난 5월 27일부터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 등에 ‘마약’에 대한 검색금지어 설정 요구를 해왔고 현재까지 쿠팡, 11번가, 지마켓, 옥션, SSG, 위메프 등이 해당 요구를 받아들여 검색금지어 설정을 완료했다.
하지만 구글은 요지부동 상태다. 해당 단체는 지난 6월 구글코리아 측에 마약마케팅 근절 협조 요청서를 보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답변조차 받지 못했고 재차 서면을 전달할 방침이다.
박종훈 동작구 ‘멈춰 마약마케팅’ 학부모 모임 대표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구글뿐 아니라 국내 대형 쇼핑몰 등에도 해당 요구서를 보내 며칠 만에 반영됐다는 회신을 받았지만 구글만은 아직 답변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마약마케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기에 다시 한번 더 구글에 요구서를 보내는 걸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모임과 함께 ‘마약마케팅’ 퇴출을 주도하고 있는 장진영(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변호사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구글 글로벌과 구글코리아의 차별적인 검색어 정책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구글의 차별적 검색어 정책은 한국인은 마약에 그냥 다 노출돼도 괜찮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한국인으로서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구글이 단순 검색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쇼핑 검색을 통해서는 수익도 내고 있는 만큼 소비자보호법상에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소비자를 마약마케팅에 노출시키고 방치한다는 건 분명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마약마케팅을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식품에만 적용되는 만큼 후속 법안 마련도 시급하다”며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마약마케팅’에 대한 구글의 차별적인 검색어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구글코리아에 이와 관련된 서면 질의를 냈다. 백 의원은 마약마케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구글 사이트가 ‘마약’ 검색어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정확한 경위 설명을 요구한 걸로 전해진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