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아닌 ‘식품’ 숙취해소제, 왜 비쌀까

약 아닌 ‘식품’ 숙취해소제, 왜 비쌀까

알약형 2000~3000원, 액상형 5000원대
원재료, 연구인력 등 자원 투입 커…유통 마진 등 고려한 ‘마케팅 전략’도 한 몫

기사승인 2022-10-22 06:05:05
쿠키뉴스 자료사진

회식, 친구들과의 술자리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숙취해소제. 효과가 명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 ‘안전빵’의 의미로 찾게 되는 제품이다. 

편의점을 주력으로 약국, 온라인 등에서 매출을 쑥쑥 올리고 있는 숙취해소제는 다양해지는 제품 만큼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숙취해소제 시장은 2015년 1300억원 규모에서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2019년에는 2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약 26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숙취해소음료로 시작했던 숙취해소제 제품들은 현재 알약, 스틱형, 캔디류 등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특허 출원수만 해도 매년 30~40건이 넘는다. 점점 더 먹기 편하게, 소지하기 쉽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고급 원재료를 포함한 프리미엄 라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 ‘가격’일 것이다. 숙취해소제는 대부분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음료 제품 경우 1병당 5000원 전후, 알약형(환) 제품은 1포당 평균 2000~4000원이다. 

일반의약품이 아닌 혼합음료, 기타가공품 등 식품으로 분류되는 숙취해소제. 주요 원재료인 헛개나무열매, 옥수수전분, 효모추출물분말, 비타민, 갈근추출분말 등이 포함된 일반 음료와 어떤 부분이 다른 걸까. 

단순히 원재료만 비교해보니…성분 종류 수로는 압승

왼쪽 헛개파워, 오른쪽 헛개차 성분 비교표.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추출물.   캡처

단순히 음료 성분만을 비교해서 가격을 분석해보자.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숙취해소제 광동 헛개파워 340mL(판매가 5000원)와 광동 헛개차 180mL(판매가 1800원)는 3200원 차이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줄 원재료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광동 헛개차 경우 헛개나무열매추출농축액, 비타민C 2가지였고 헛개파워는 헛개추출물 외에도 농축사과즙, 댕댕이나무열매농축액, 미배아복합발효추출물, 알로에베라겔분말 등 다양한 추출물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숙취해소 관련 추출물이 많은 만큼, 실제 숙취해소 효과가 좋아서 가격이 비싼 걸까. 그 점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추출물이 많다고 해서 숙취가 직접적으로 더 빨리 해소된다고 입증된 임상연구 결과는 없다.

오원식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이사는 “숙취해소제 제품은 대부분 일반음료, 기타 가공품이다.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그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 다수가 약국을 찾는다”며 “효과와 별개로 값이 비싼 이유는 마케팅 비용일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숙취해소제는 숙취의 주 원인이자 알콜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다. 하지만 의약품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드는 일부 제품들이 있다”며 “숙취해소제에 기대기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다량의 수분섭취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단, 빠른 회복을 원한다면 몸의 상태에 맞게 상담을 하고 그에 맞는 의약품을 적절히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판매되고 있는 숙취해소제들.   사진=박선혜 기자

“가격 측정 기준이 뭔가요” 물어봤더니…‘마케팅’ 전략

HK이노엔은 숙취해소제 시장을 처음으로 이끌었던 업계 중 하나로서, 초반 출시 핵심은 ‘프리미엄’ 음료를 선보이기 위함이었다. HK이노엔의 ‘컨디션’은 1992년 출시돼 올해 31년차를 맞이했다. 컨디션 가격은 5000원, 컨디션 CEO는 1만원이다. 

컨디션은 숙취해소를 카테고리로 전문성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일반 음료를 개발할 때보다 더 많은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일본과 합작해 제품을 개발했다. 특허받은 성분, 마케팅, 자원 등 종합적인 부분을 참고해 가격을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당시 프리미엄 라인으로 소개됐던 음료라 측정 가격대가 높았다. 컨디션이 최초로 등장했던 숙취해소제 음료라 그 이후 시장에 진입했던 업계들도 영향을 받아 비슷한 가격대로 들어온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숙취해소음료 가격은 회사마다 각자 입장이나 전략이 있겠지만, 이미 형성된 시장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박리다매 식으로 저가 마케팅을 하는 곳도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숙취해소제 이미지를 다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모닝케어’를 판매하는 동아제약은 원료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서도, 편의점 유통 마진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모닝케어 가격은 5000원으로, 숙취유형에 따른 3가지 제품으로 구분해 마케팅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원료의 원자재 가격을 고려해 가격을 설정한다. 또 모닝케어는 편의점 유통이 90% 이상으로 원가대비 유통 마진을 따져 책정해야 한다”며 “약국보다는 편의점 유통이 직접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홍보성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인 원료 가격을 고려하는 것으로, 특정 원자재 가격을 설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원재료·인건비·유통 마진,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가격이다. 일반 음료에 비해 숙취해소 효과가 확실해서 비싸다기 보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숙취해소제, 효능 유무…2024년부터 판가름 시작

앞서 언급됐듯이 시중에 판매되는 숙취해소제는 주로 간기능 회복이나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에 도움을 주는 추출물이 함유돼 있을 뿐,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마치 의약품과 숙취해소에 직접적으로 효과를 주다는 이미지를 일으키는 ‘숙취해소제’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 지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부터 숙취해소제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왔고 2024년 발간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숙취의 정의, 인체적용시험 수행을 위한 평가지표 등 최소한의 요건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숙취해소제 이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대로 인체적용시험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강화 마케팅 요소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한 사례가 있지만, 발표될 가이드라인과는 무관”하다며 “가이드라인이 발표 되는대로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동아제약도 “지침에 맞춰 근거 자료를 준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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