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더 열심히 활동해서 배우 강훈을 확실히 알려볼게요.” 지난해 말,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마친 뒤 강훈은 말했다. 기회를 잡은 신인 배우의 설렘과 포부가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10개월 뒤 쿠키뉴스와 다시 만난 강훈의 눈은 여전히 반짝였다. 강훈은 최근 종영한 tvN ‘작은 아씨들’에서 종호 역을 맡아 해바라기 같은 순정을 보여줬다. 전작에서 보였던 의뭉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강훈에겐 인지도를 높이고 연기자로서 폭을 넓힌 소중한 기회다.
강훈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촬영하다 ‘작은 아씨들’과 만났다. 종호 역으로 오디션을 제안받았을 땐 마냥 기뻤단다. tvN ‘빈센조’를 애청한 만큼 김희원 감독의 신작이란 말을 듣자 욕심이 불쑥 났다.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종호로 낙점된 강훈은 1~4회 대본을 받고 작품에 더욱더 빠져들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종호가 쉬어갈 틈이 되는 것 같아서 매력적이었어요.” 강훈은 인경(남지현)에게 헌신적인 종호 역을 잘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쳤다.
“어떻게 하면 인경(남지현)을 좋아하는 종호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지 숙제였어요. 인경과 재회하는 첫 장면이 가장 고민이었죠. 인경이를 보고 싶어 하던 느낌과 좋아하는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는 게 잘 보여야 했으니까요. 종호의 첫 대사였던 ‘안녕’을 몇 번이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종호는 사건에 흥미를 느끼는 것보다 인경을 좋아하는 감정이 앞선 인물이에요. 짧은 분량 안에서 인경이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작에서 다이어트로 외형을 관리했던 것과 달리, ‘작은 아씨들’에선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 극 중 종호는 인경과 재회 후 매 순간 그의 곁을 지키며 함께한다. 취재에 열중하는 인경에게 새삼 반하고, 납치된 인경을 찾아 나서는 등 시종일관 헌신한다. 부담 없이, 느끼하지 않게. 강훈이 종호 캐릭터를 구축하며 자주 했던 생각이다. 종호는 번번이 인경에게 마음을 거절당하지만, 마지막 회에선 인경에게 고백받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종호는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인경은 종호에게 너와 있으면 심박수가 떨어지고 알파파가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 종호에게 쏠린 마음을 인정해요. 저는 종호가 한 자리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꿋꿋이, 태풍이 와도 인경을 기다리는 사람이라 좋았어요. 종호가 웃음을 주는 장면들도 기억에 남아요. 인경만을 걱정하는 인주에게 ‘저는요’라고 묻거나, 교도소에서 출소한 인주에게 깍둑썰기 한 두부를 건네는 장면이 여럿 회자되더라고요. 두부는 소품팀이 잘라준 거예요. 처음엔 이유가 궁금했는데, 종호라면 충분히 이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화제가 될 줄은 몰랐지만요.”
강훈은 ‘작은 아씨들’ 이야기에 들떠 보였다. 극에 출연하는 연기자이자 애청자였다. 차기작 촬영이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연기는 지금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대화 주제다. 강훈은 최근 SBS ‘꽃선비 열애사’와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를 촬영 중이다. ‘꽃선비 열애사’는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캐스팅된 작품이다. 성장을 체감했다. 강훈은 “이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수 있다”면서 “예전부터 꿈꿔온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며 기뻐했다. 긴 무명시절을 거친 그는 정신없이 바쁜 지금이 마냥 행복하다.
“바쁜 일상이 제겐 정말 간절했어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꿈같아요. 신인상을 받고 쉼 없이 작품을 촬영하고…. 막연히 꾸던 꿈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잠을 못 자도 촬영장만 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더라고요. 나중엔 바쁘다며 투정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재밌기만 해요. 매일 밤 자기 전에 ‘내일은 어떻게 더 재미있게 연기할까’ 생각해요. 처음 연기를 배울 때, 한 줄기 조명이 제게 떨어지던 그 순간을 기억해요.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그때의 행복한 떨림이 기억나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새해 포부를 이야기하던 지난해 12월 인터뷰. “새해엔 배우 강훈을 알리겠다”던 그의 부푼 꿈은 현실이 됐다. 강훈은 “올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면서 “배고프던 시절이 있어 지금 더 열심히 달릴 수 있다. 이 꿈을 더 이뤄가겠다”며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그의 새로운 꿈은 영화 출연과 악역 도전이다.
“올 초에 ‘작품 1편 찍기’를 소원으로 빌었어요. 지금은 목표가 더욱더 커졌어요. 강훈이라는 이름보다 제가 맡은 배역으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를 덕로, 종호로 불러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새롭게 선보일 ‘꽃선비 열애사’와 ‘너의 시간 속으로’를 통해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요. 지금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고민하는 시기라면, 내년엔 새로운 강훈을 보여드릴 거예요. 꾸준히 연기하며 꿈을 더 이룰 거예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작은 아씨들’에 출연하신 장광, 김고은, 엄기준, 엄지원, 김미숙, 김병수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중엔 저도 닮고 싶어지는 선배가 되겠죠?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