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생일 선물, ‘데프트’가 무너졌다 [롤드컵]

최고의 생일 선물, ‘데프트’가 무너졌다 [롤드컵]

'데프트' 김혁규, 8년 만에 롤드컵 4강 진출
은퇴 각오하고 치른 무대서 맹활약
"나아가고 있는 기분 들어 좋다"

기사승인 2022-10-24 12:12:57
승리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은 '데프트' 김혁규.   중계화면 캡처

2942일 만의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원딜의 로망’ ‘데프트’ 김혁규가, 어쩌면 기억에 평생토록 남을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아들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그도, 이번 만큼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김혁규의 소속팀 DRX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홀루 시어터에서 열린 2022 롤드컵 에드워드 게이밍 하이칸(EDG)과의 8강전에서 3대 2로 승리했다. 세트 스코어 0대 2로 밀린 상황에서 3, 4, 5세트를 내리 따내며 기적을 써냈다. '패패승승승'이 나온 건 롤드컵 토너먼트에서 역대 2번째다.

이날 승리로 김혁규는 삼성 블루 소속으로 나선 2014년 롤드컵 이후 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던 그였는데, 오히려 전성기 못지않은 성과를 수확했다. 결승까지 한 발짝 더 나아가면서 내년에도 김혁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인고의 시간들이 떠올랐던 것일까.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혁규는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주저앉아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팀 동료 ‘표식’ 홍창현도 덩달아 눈물을 훔쳤다. 

김혁규는 “이번 롤드컵을 시작하기 전 목표가 우승을 못 하더라도 스스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거였다”며 “오늘 경기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서 너무 좋다”고 힘겹게 입을 뗐다.

그는 “2경기를 질 때도 못 이길 상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더 잘하는 팀이라고 느꼈다. 팀원들한테도 우리가 잘한다고 말했다. 2경기 넥서스를 깰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 그러지 못했다). 그게 너무 아른거려서 만약 졌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어보였다.

EDG는 김혁규가 과거 전성기를 보낸 팀이다. ‘스카웃’, ‘메이코’ 등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이 여전히 뛰고 있다. 김혁규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도 남아있다.

김혁규는 “너무 잘해서 상대할 때 힘들었다. 내가 별 다른 위로를 안 해도 잘 추스를 수 있는 강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붙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혁규와 DRX의 다음 상대는 젠지 e스포츠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김혁규는 “선발전부터 해서 나와 같은 목표를 갖고 경기를 했던 선수들이 많아서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면서도 “어쩌겠나, 잘 상대해서 이겨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생일 축하를 받고 미소 짓는 김혁규.   중계화면 캡처

한편 김혁규는 현지시간으로 이날이 생일이었다. 인터뷰 말미 DRX 관계자가 백스테이지에서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고, 관중들이 소리 높여 생일을 축하했다. 김혁규는 가볍게 촛불을 껐다. 아주 밝은 얼굴로.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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