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고평가 논란…금융당국·증권사 책임론 [공모가 버블 붕괴②]

공모가 고평가 논란…금융당국·증권사 책임론 [공모가 버블 붕괴②]

기사승인 2022-10-29 06:01:01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올해 상장한 새내기 주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와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새내기 주 49개(스팩 제외)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기업은 30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61%가 공모가에도 채 미치지 못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스팩을 포함한 새내기 주 89개 중 공모가를 밑돈 주는 36개다. 이중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주관한 공모주 수가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에서 주관한 공모주 중 하락률이 높은 기업은 레이저쎌로 공모가(1만6000원)대비 57.3% 하락했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한국투자증권에서 주관한 공모주 중 골프IT 전문기업 브이씨는 공모가(1만5000원) 대비 56.5% 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나래나노텍으로 공모가(1만7500원) 대비 -55.4% △하나증권은 모아데이타로 공모가(2만원) -54.4% △대신증권은 애드바이오텍로 공모가(7000원) -50.2% △NH투자증권은 이지트로닉스로 공모가(2만2000원) -43.2% △KB증권 스톤브릿지벤처스로 공모가(8000원)대비 -43.7% △신영증권은 에이치와이티씨 공모가(1만5000원)으로 -29% △신한투자증권은 위니아에이드로 공모가(1만6200원)대비 -60.4%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특성이 있지만 올 하반기 IPO 시장은 일부 종목 고평가 논란, 특히 증시의 부진한 흐름 등 넘어야 할 파고가 많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힌 LG엔솔의 대표 주관사로 증시 입성 과정에서 13조원에 가까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공모실적 순위 1위로 뛰어올랐다. 총 13조4198억원(이전상장 포함·SPAC 제외)이다. △신한투자증권(6020억원) △삼성증권(3844억원) △한국투자증권(3558억원) △미래에셋증권(2983억원)은 순이다.

인수 수수료는 공모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책정한다.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수수료도 올라간다. 대표주관사가 공모희망가액 내에서 확정 공모가액을 받아내면 성과 수수료를 받는다. 공모희망가액을 초과한 공모가액이 확정되면 성과 수수료가 더 붙는 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시경제 불안정으로 대부분 기업이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올해 공모주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면 수요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IPO 주관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몰리거나 빠지는 개인들의 투자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시장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역으로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공모가를 제시하는 IPO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요예측 방식으로 공모가를 결정한 후 투자자를 공모하는 ‘혼합형 수요예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배정(20%) 여부에 따라 기관투자자에 60~80%, 개인투자자에 20~30%의 IPO 공모주가 배정된다.

주관사는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IPO 기업을 소개하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절차를 거쳐 공모가를 결정한다. 기관투자자가 투자 운용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IPO 기업의 시장가치를 찾는데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모두 마친 후 공모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는 IPO 기업 유형이나 공모주 투자 목적 등이 다르다”며 “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에 더해 개인 청약률 정보를 가지고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면 공모가 고평가인 IPO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공모가를 산정할 경우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공모가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IPO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크래프톤, 카카오페이에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두 기업에 공모가 산정 기준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공모가를 바꾸라는 직접적인 요구는 아니지만, 시장에선 금감원이 공모가 인하를 압박했다고 받아들였다.

주식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내야 한다. 이 신고서가 금감원 심사를 통과해야 해당 기업은 상장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공모가 수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대형 코스피 상장 종목들은 모두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를 낮췄다.

이 과정에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 그룹도 달라졌다. 크래프톤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았던 월트 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기업들을 제외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는다. 예컨대 공유 숙박 업체가 렌탈 회사나 공유 렌탈 회사로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등 유사성이 떨어질 때 타당하지 않다는 소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라면서 “수요예측이나 공모 가격 결정하는 증권 인수 업무 규정은 금융투자협회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멀티플을 적용할 경우 최종적으로 금융감독원이 이를 심사하게 된다”면서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멀티플 책정 과정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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