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주사파’?...尹 불지핀 색깔론 “분단국 한계”

내 주변에 ‘주사파’?...尹 불지핀 색깔론 “분단국 한계”

대통령실 “尹,‘국가보위’에 대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
野설훈 “어떻게 지금 시점에 종북 주사파 운운하냐”
최요한 “색깔론 계속 나오면 건강한 논쟁 안 돼”

기사승인 2022-10-27 06:01:02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색깔론 논쟁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말한 종북 주사파가 민주당을 지칭한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대통령실은 다음날인 20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로 ‘국가보위’가 첫 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면서도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지지층 결속을 위한 색깔론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윤건영 의원은 20일 kbs 인터뷰에서 “집권 세력이 종북 몰이와 색깔론에 목을 너무 매는 듯하다”며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를 대변해야지 일부 수구 세력만 대변해선 결코 안된다”고 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종북 주사파란 말은 1980년대 등장했고 4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어떻게 지금 시점에 종북 주사파 운운하는가. 이미 민주당이 종북 주사파 아니냐는 식의 사고를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아직 40년 전 생각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풀려는 지혜와 역량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단체 회원들이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의원의 말처럼, ‘종북 주사파’란 말은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 운동권에서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세력들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대학가 운동권에 성립된 두 세력은 민족해방을 주장하는 NL계열(National Liberation)과 PD계열(People‘s Democracy Revolution, PDR) 민중 민주주의 혁명을 주장하는 파들이 형성되었다. 분단의 문제를 ‘민족’에 중점을 두고 북한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으로, 북한의 주체사상까지 수용하게 된 사람들이 바로 주사파인 것이다. 그 반대인 PD계는 한국 사회의 갈등 핵심은 ‘계급’이라며 노동운동을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주사파라 불리는 NL계열이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주사파가 존재하는지를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체사상 추종자들이 있을 거란 기류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한 당직자는 쿠키뉴스에 “보좌진 중에서도 일을 할 때 보면 당 방향과 다르게 정책을 설정한다거나 의정활동을 할 때 보면 주사파 성향이 있는 사람은 티가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며 “의심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모두 똑같고 논조가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현재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분단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대안을 내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으나 이미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끝난 상황에서 남한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도 정치권 안에서 주사파와 같은 색깔론 논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분단의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분단의 한계가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주사파란 단어를 계속 사용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1980년대 학생운동 진영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물리치기 위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들이 팽배했다”며 “외국에서도 이론들을 수입해왔다. 마르크스주의 등 심지어 북한의 주체사상까지도 수입해왔다.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에 유행처럼 퍼졌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운동권 학생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라 유행처럼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김일성 지도자를 떠받든다는 수령령일 것인데, 나머지 주체사상 개념은 대부분 처세론이다. 북한이 주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일종의 생활신조처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주사파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남한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비교가 안된다. 주체사상은 북한 인민들의 생활신조로 집단화되어 있기 때문에 남한에 적용될 수 없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주체사상을 적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권에서 계속 색깔론 논쟁이 나오는 이유는 분단 때문”이라며 “분단이 근본적인 한계다. 이 한계가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도 주사파 등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가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착각이며 주체사상을 등장시키면 건강한 논쟁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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