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 관련한 질의가 나왔다. 정치권은 물의를 일으킨 헌법재판관도 징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7일 골프 접대 의혹을 받는 이 재판관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영진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A씨로부터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이 재판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재판관은 골프 모임에 나갔다가 부인과 이혼 소송에 관해 묻는 사업가 A씨에게 ‘가정법원의 부장판사를 알고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을 수임한 B변호사를 통해 이 재판관에게 골프의류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공수처는 피의자 A씨를 중심으로 수사에 나섰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국감장에서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에게 “이 재판관이 아직 재판에 관여하고 있냐”고 묻자, 박 처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현직 헌법재판관이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이 재판관이 관여하면 재판 당사자에게 의심받고 공정성 시비가 붙을 텐데 배제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제도가 미비하면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가 있다. 이번 기회에 제도를 정비하길 바란다”고 했다.
현행법에서는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 등에 대한 징계 규정만 담고 있고, 헌법재판관의 경우 징계 대상에 제외돼 있다. 이에 헌법재판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도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이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관도 징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법관이나 검찰처럼 별도의 징계법을 제정하는 대신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재판관 및 소속 공무원의 징계 처분을 의결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두고, 구성·종류·권한·심의절차 등의 사항은 헌법재판소 규칙으로 정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8월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프접대 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전형적인 법조비리나 카르텔의 시작점”이라며 “헌법재판관은 징계 규정 또한 없어 ‘무풍지대의 절대지존’”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헌법재판관에 대한 징계 관련 법안은 물론 내부 규정조차 없는 사각지대였다”며 “재판의 독립성을 위해 헌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만큼, 도덕성을 엄격하게 검증할 내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