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지은 22살 딸의 영정 사진, 어머니는 관 놓지 못했다

미소 지은 22살 딸의 영정 사진, 어머니는 관 놓지 못했다

동국대 일산병원서 20대 여성 사망자 발인 엄수
벽 치며 통곡한 유족
아직 가족 기다리는 사망자도

기사승인 2022-11-01 14:32:11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안내판.   사진=정진용 기자

고요한 장례식장. 어머니의 울음 소리가 침묵을 깼다.

고작 22살. 어린 딸을 보내는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두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가까스로 아버지가 두 손을 잡고 관에서 떼어냈다. 아버지는 울음을 참으며 휘청이는 아내를 부축했다.

관을 실은 운구차 문이 닫히자 어머니의 비통한 울음 소리는 더 커졌다. 다른 조문객은 차마 소리 내지 못하고 숨 죽인 채 눈물을 흘렸다. “어휴 저 어린 것이”. 멀찍이서 지켜보던 한 시민도 눈물을 훔쳤다.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희생자들의 발인 절차가 하나 둘 시작되고 있다.

운구차가 장례식장 앞에 서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1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국대병원에서 숨진 이태원 참사 사망자 발인식이 진행됐다. 

발인식은 경찰의 엄격한 통제 가운데 진행됐다. 발인식에 앞서 진행된 입관식에서는 유족의 울음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사망자의 오빠로 보이는 이는 동생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벽을 짚고 통곡했다. 

동국대병원에는 사고 직후 가장 많은 수인 14명의 희생자가 옮겨졌다. 여성 9명, 남성 5명이다. 시신 검시와 인도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4명이 안치돼있다. 3명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날 2명에 대한 발인이 진행된다. 오후 4시30분에는 오스트리아와 한국 이중국적인 김모(24)씨 발인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이 전날 한국에 도착했다. 김씨는 지난 9월 한국에 입국해 2개월짜리 국내 대학 외국인어학당에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공부를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장례식장 빈소 안내판에는 앳된 얼굴이 담겼다. 환히 웃는 얼굴이 조문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안내판에는 누나, 오빠 이름도 함께 올라갔다. 조문객들은 빈소 안내판에서 고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충혈된 모습이었다. 

병원 자체적으로 마련한 분향소에 의료진이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세워진 분향소 앞에는 추모하는 시민과 의료진 발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수많은 젊음을 추모하며 같이 애도합니다. 하늘에서는 못 다 이룬 꿈 이루고 행복하길”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경찰은 통제선을 설치해두고 유가족 외에는 빈소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전날 이동환 고양시장이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 거부로 조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아직 가족을 기다리는 사망자도 여전히 남아있다. 호주 국적 25살 여성 사망자는 부모가 딸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비행기에 올랐지만 이날 늦은 밤이나 내일 오전에나 병원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이 남기고 간 추모 메시지.   사진=정진용 기자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오전 11시 기준 156명이 파악됐다. 남성 55명, 여성 101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상자였던 20세 여성이 치료 도중 상태가 악화해 이날 오전 8시49분 숨졌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10대 12명, 20대 104명, 30대 31명, 40대 8명, 50대 1명이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26명이다. 이란 5명·중국 4명·러시아 4명·미국 2명·일본 2명·프랑스 1명·호주 1명·노르웨이 1명·오스트리아 1명·베트남 1명·태국 1명·카자흐스탄 1명·우즈벡 1명·스리랑카 1명 이다. 

부상자는 151명이 됐다. 중상 29명, 경상 12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중 111명은 귀가했고 40명이 입원 중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 장례비를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급하겠다며 지원 방안을 내놨다.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 대 일 매칭을 완료하고 전국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서는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