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살리자…이태원 참사 속 시민 구한 의인들

한 명이라도 더 살리자…이태원 참사 속 시민 구한 의인들

이태원 사고 현장 의인들
구조 직후 트라우마 시달리기도

기사승인 2022-11-02 08:24:15
이태원 사고 발생 나흘째인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에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가 놓여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몰려든 인파로 156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선 시민들과 경찰,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구조 활동이 알려지고 있다. 

BJ배지터는 당시 이태원에서 야외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시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 들어섰다. 몰려든 인파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청재킷’을 입은 한 시민의 도움으로 건물 난간 위에 구조될 수 있었다. 청재킷을 입은 남성 A씨가 당시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버티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청재킷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A씨의 도움으로 배지터는 해밀턴 호텔 외부 계단 난간 위로 올라가 다른 시민들과 함께 구조활동을 이어갔다. 유튜브 등 영상에는 “한 명만 더”라고 말하며 구조활동을 하는 모습이 찍혔다. 

참사 당시 인근에서 소리치며 시민 통행을 정리한 경찰관의 모습도 공개됐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니꼬라지티브이(TV)’에는 ‘이태원 압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한 영웅 경찰관’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인파가 몰린 거리에 한 경찰관이 목이 쉴 정도로 시민들을 향해 “돌아가라” “도와주세요” “사람이 죽고 있어요”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당시 해당 장소에 있었다는 한 시민은 영상 댓글을 통해 “이분 덕에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혼자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진심 훌륭한 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인근에서 소리치며 통행을 정리하는 경찰관의 모습. 유튜브 채널 ‘니꼬라지티브이(TV)’ 캡처

참사 현장 인근에 있었다는 또 다른 시민은 “이 경찰뿐만 아니라 인파로 길 막힐까봐 수십번씩 왔다갔다하면서 길 트고 계신 경찰도 봤다”며 “머리가 다 헝클어져 있고 계속 ‘비켜주세요’ 소리지르고.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도로변 쪽에서 혼자 경찰차 위에 올라 서서 계속 수신호하시던 경찰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사고 초기 현장에 있었다던 한 시민은 “주변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분장 때문에 코스튬인지 상황파악이 안됐는데 영상에 나오신 경찰분이 제발 뒤로 가달라고 울부짖고 계셔서 마스크를 썼는데도 애절함이 너무 느껴졌다”며 “당시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큰 일이구나 싶어 바로 집에 왔다.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던 딸을 구하기 위해 이태원까지 달려간 아버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커플도 있었다. 이태원에서 부상당한 딸과 함께 있는 아버지 B씨에게 먼저 이동을 제안하고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 여의도 성모병원에 이어 분당차병원까지 응급실에 안전히 도착할 때까지 이동해줬다. B씨는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자 약소한 돈이라도 주려 했지만, 한사코 받지 않고 돌아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해낸 의인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어린 아이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구조한 한 익명의 의인은 JTBC를 통해 “그날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며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 밑에서 살려달라는,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한 경찰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타관할이라 직접 지원을 가진 않았지만 그날 무전으로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근무 중 듣고 있던 저와 동료 경찰관들도 너무 안타까웠다”며 “실제로 용산에서 근무 중인 제 동료 경찰관 중에도 그날 사고가 터지자마자 (현장에) 갔었고 밤샘 근무를 했다. 지금도 많이 괴로워한다”고 썼다. 

누리꾼들은 의인들을 향해 “최선을 다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못할 것” “잘 극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동영상만 봐도 트라우마가 생겨 계속 생각나는데 실제 현장에 있던 분들은 얼마나 무섭고 충격이 클까” “단 한 명이라도 할리는데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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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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