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신나고, 팬들은 환호했다 [‘K-909’ 가봤더니]

가수는 신나고, 팬들은 환호했다 [‘K-909’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11-07 06:00:13
그룹 몬스타엑스 기현이 출연한 JTBC ‘K-909’ 스틸컷.

JTBC ‘K-909’은 최근 K팝 팬들에게 화제인 프로그램이다. 트위터 등 SNS에 ‘K-909’를 검색하면 출연을 ‘소취’(소원 성취의 준말)한다는 글이 빼곡하다. 온갖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방영 시작 한 달 만에 K팝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909’는 어떻게 팬덤에게 통한 걸까.

찬바람이 불던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 JTBC 제작 스튜디오는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로 넘실댔다. 최근 솔로 앨범을 발매한 그룹 몬스타엑스 기현을 보기 위해 300여명의 몬베베(팬덤명)들이 ‘K-909’ 녹화장을 찾아서다. 기현 외에도 (여자)아이들, 윤하, 클라씨 등 네 팀이 함께한 이날 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몬베베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K-909’는 가수와 팬에게 집중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K-909’가 출연 가수에게 할당하는 방송 시간은 평균 10분. 기존 음악방송에서 3분가량의 노래 한 곡만 보여주던 가수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다. ‘K-909’는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곡 및 편곡 무대, 협업 무대와 이를 선보이기까지의 과정 등을 빼곡하게 담는다. 형식적인 곡 소개가 아닌 앨범 작업기를 진행자이자 선배 가수인 보아와 이야기한다. 첫 방송을 마치자마자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탄 이유다.

‘K-909’는 녹화 현장 분위기부터 타 방송과 달랐다. 제작 현장 특유의 통제되거나 경직된 분위기는 없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단상 위에 현장 진행 스태프만 올라와도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MC 보아와 기현이 등장하자 장내는 환희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팬들의 모습은 스탠딩 콘서트를 떠올리게 했다. 팬만큼이나 가수도 신났다. 기현은 녹화 중간마다 팬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노래를 불러주며 적극 소통했다. 방송 촬영보다 소극장 공연과 팬미팅에 가까웠다.

그룹 몬스타엑스 기현이 출연한 JTBC ‘K-909’ 스틸컷.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곡 콘셉트에 맞는 무대 미술부터 여러 버전으로 준비한 VCR 영상, 라이브 세션 등 공들인 요소가 여럿 보였다. 음악방송은 한정된 시간에 여러 가수가 출연하는 만큼, 보통 밴드 연주 대신 MR로 반주를 대체한다. 악기 조율과 리허설 등 준비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서다. 하지만 ‘K-909’는 가수가 구현하고자 하는 무대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제작진은 “무대 구성의 중요 요소들은 가수와 논의해 유기적으로 작업한다”면서 “각 노래에 맞는 음향 셋업을 준비한다. 믹싱 등 후반 작업 역시 가수가 원하는 악기를 사전에 확인해 세세히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K-909’는 일주일 단위로 녹화와 방송을 함께 진행한다. 무대 녹화 외에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무대와 주목할 만한 신인 조명, 매주 차트 진단 등 알찬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K팝에 깊은 애정을 가진 제작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다. 이들은 숨 가쁜 일정에도 더 좋은 무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제작진의 진심은 팬덤에게도 통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K-909’ 클립 영상에는 무대와 음향을 호평하는 국내외 팬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여자)아이들 무대 영상에 어느 해외 팬이 남긴 “무대와 카메라 워크, 4K 화질에 놀랐다. 그동안 보던 화질 낮던 직캠과 어지러운 카메라 워크와 비교하면 더욱 대단하다”는 댓글에 220명이 동의했다.

방청에 참여한 팬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녹화를 마치고 만난 몬베베들은 “아이돌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음악 방송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의정부에서 온 김모(24)씨는 “콘서트를 가도 이렇게 (가수와) 가깝진 않다”며 “현실감이 없을 정도”라고 행복해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임모씨는 “지금까지 방청객으로 참여했던 프로그램 중 가수와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면서 “한 가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점이 타 방송과 달랐다”라고 짚었다. 경기 군포에서 온 김은정(36)씨는 “다른 음악방송에선 가수당 노래 한 곡만 볼 수 있지만, ‘K-909’는 여러 무대를 보여주고 인터뷰 시간도 함께 있어 좋았다”면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전문성 있는 웰메이드 음악 프로그램 같았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이 같은 반응에 제작진은 “꾸준히 노력해서 더욱더 좋은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K-909’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40분 방송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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