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물었다 “그날, 국가는 무엇을 했습니까”

청년이 물었다 “그날, 국가는 무엇을 했습니까”

기사승인 2022-11-05 17:29:53
이태원참사 청년추모행동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서 국화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7일째이자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 도심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질책하는 청년단체들의 행진이 벌어졌다. 

정의당·진보당·녹색당 청년 당원들과 청년하다·진보대학생네트워크 등 청년단체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행동’ 소속 회원 1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여 동안 참사가 벌어진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이르는 약 1.6㎞ 거리를 행진했다.

검정색 상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의 손에는 흰색 국화와 피켓이 빠짐없이 들려있었다. 피켓에는 ‘살릴 수 있었다 국가책임 인정하라’, ‘6:34 우리에게 국가는 없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6:34’는 이태원에서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는 첫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을 뜻한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도심행진이었지만 여느 집회 및 시위 달리 떠들썩함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행진 내내 추모의 뜻을 담애 침묵을 유지했다. 연도에서 선 시민들도 박수나 고함 등 일체의 호응 없이 착잡한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행진을 지켜봤다.

이태원참사 청년추모행동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서 국화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용산 집무실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행사에 치른 뒤 곧바로 이번 사태를 전후로 한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20대에 국회에 입성해 올해 만 30세가 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동료 시민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소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참사 전날 이태원을 방문했다는 학교 선배, 분장도구가 늦게 도착해 (이태원에 가지않고)집에 있었다는 지인 등 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상생활 속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이냐. 우리 목숨을 운에 맡겨야 하냐”고 반문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안녕한지 안부를 묻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나선 그 길가에서조차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이 사회에서 (앞으로도)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총체적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체 세월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고 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대통령의 사과는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이들을 모두 파면시켜야 한다”며 “책임이 밝혀지고 진정으로 추모를 올릴 수 있는 날이 청년들의 행동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들의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 중 일부는 안타까움과 함께 참가자들의 주장에 공감의 뜻을 내보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사망자 156명 등 총 30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20~30대이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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