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에서 임원급에 해당하는 여성 비율이 10%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곳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의 여성 임원 비율이 올해 9월 기준으로 총 6.8%로 집계됐다.
10곳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이 0%인 곳도 있었다. 하나증권의 경우 전체 임원 36명 중 남성 임원 36명이었고 여성 임원은 없었다. 이외에도 여성 임원의 비율이 대체적으로 3%~6%정도에 그쳤다.
지난 5년 동안 여성 임원의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상위 10곳은 올해 9월까지 3.9% 가량 늘었다. 2017년의 경우 10곳의 여성 임원 비율은 2.9%정도였다. 이어 2018년 3%, 2019년 4%, 2020년 5%, 2021년 5.7%, 2022년 9월 기준 6.8%였다.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여성임원의 비율은 0%를 유지했다.
이에 하나증권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부서장으로는 여성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며 “여성임원이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상위 10곳 증권사의 여성임원 비율이 매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여성 비율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본지에 “금융권은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데, 10대 증권사의 경우 그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며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여전히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내부에서는 임원 대상자들의 기준 자체에 적합하지 않아서 여성비율이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임원 대상자들의 경우 60년, 70년대생인데 그 당시 입사했던 여성 수 자체가 부족해서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당시 남여 입사 비율이 7:3 정도였고 그래서 여성 중간 관리층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여성 채용비율이 많아지고 있으니 고위급에도 여성비율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력단절에 대한 불이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호봉 삭감 등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대안이 필요하다. 여성들이 고위급까지 경력단절되지 않고 올라오기 위한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경우 남여고용평등법 등으로 인해 여성 전체 비율을 일정 부분 맞추는 강제성이 부여되고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자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가 민간기업에도 여성들이 경력단절 불이익 등 당하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훈영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민간기업에서는 여성들이 중간간부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따져보면 적다”며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로 자기의 능력을 계속 이어갈 수 없으며 그러한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겠지만 여성들의 경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가 남여고용평등법이 민간기업에서도 잘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여성임원 진출 비율이 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