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주 83개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2793.30으로 연초 기준으로 32% 하락했다. 지난해 1월 대비 48.84% 급락했다.
올해 1월 3일 종가기준 224조2197억원이었던 KRX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18일 기준 179조7757억원으로 19.8% 하락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 의약품 지수 역시 137조1810억원에서 122조2710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제약·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년간 상승세를 주도한 코로나19로 인한 거품이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시중의 금융자산이 확대되면서 비교적 자금 조달이 잘 됐으나 이 시기에 연구·개발을 제대로 한 회사가 없어 기대치보다 낮은 성과를 보였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동화약품,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흡입형 칵테일 치료제), 대원제약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데다 아직 개발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수개월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광약품의 한 투자자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한탕을 해 먹고 콘테라파마와의 개발로 한탕 해 먹더니 파킨슨 치료제 기대감으로 주가를 띄웠다. 주가 띄우기를 의도한 사람을 잡아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해외 임상이 중단되고 각종 학회도 연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사실상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면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진행이 어려워졌다”면서 “개발 중단을 선언한 기업뿐 아니라 아직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여서 임상 종료를 선택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코로나 재확산으로 상승세를 탄 제약·바이오주는 8월 중순까지 14% 오르며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에 따른 증시 급 변동성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하반기 상승분을 반납했다.
금리 인상기에 투자금 줄어 자금난 ‘공포’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성장주인 제약·바이오주의 특성상 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제약·바이오 업체 대부분은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으로 미래 기대치에 따라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기대 현금 흐름에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져 그만큼 현재 몸값이 깎이게 된다.
특히 비상장 제약사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비상장사는 벤처캐피탈(VC)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밴처캐피탈(VC)의 신규 투자금은 1분기 4051억원, 2분기 2707억원, 3분기 2029억원으로 매 분기 감소하며 누적 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투자 금액인 1조2032억원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다.
밴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은 16.3%로 지난 6월 30일 기준 16.9%보다 0.6%p 하락했다.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이다.
투자금 감소 배경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와 신뢰도 하락 등의 영향이 크다.
공모가 하회로 IPO 매력도 떨어져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10월 기준 총 8곳이다. 지난해 16곳이 상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IPO 공모가도 알피바이오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희망 공모가 밴드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확정됐다.
IPO에 성공했더라도 목표했던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 8곳 중 1곳(알피바이오)을 제외한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공모가보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애드바이오텍(-43.4%), 노을(-41.1%), 보로노이(-28.75%), 바이오에프디엔씨(-30.7%) 등은 공모가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애드바이오텍 투자자는 “멘탈 관리가 안 된다. 그나마 우회상장만이 유일한 탈출구인데 상장폐지를 택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장된 회사들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신약 개발이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헬스케어 업종 및 업체들은 내년에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간 반등 어려울 것”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제약·바이오주의 핵심 변수로 개별 기업들의 실적과 파이프라인 가치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덴탈, 에스테틱 분야와 연관된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헬스케어 업종 내에서 가장 빠르게 실적 회복을 기록했기 때문에 내년에 성장성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동건 연구원은 “반면에 의약품 수요는 코로나19 타격으로부터 여전히 회복 중이고,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만큼 실적 둔화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본다”며 “전문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는 위탁생산(CMO)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구간에서도 헬스케어 기업 중 실제 2022~2023년 실적 성장을 이어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컨설팅회사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침체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침체가 2~3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