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위험하다” 당뇨병 경고음 고조

“MZ가 위험하다” 당뇨병 경고음 고조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 당뇨병
2030대 유병률 꾸준히 증가…의료계 “2차 대란” 경고
치료 소극적…1년 이내 병원 찾는 환자 20% 내외

기사승인 2022-11-26 06:01:02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 “살이 왜 이렇게 빠지지?”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38)씨는 3년 전 체중이 5kg 가까이 훅 줄었다. ‘요즘 힘들어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건강검진으로 알 방법도 없었다. 피로, 무기력이 이어졌다. 믿을 수 없었지만 당뇨병 2형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먹고 바로 눕고, 식사 시간도 불규칙했다”면서 “이젠 생전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튀김만 먹으면 배가 아팠는데…그 이유를 몰랐죠”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22)씨. 학교 급식으로 돈가스가 나오는 날은 항상 배가 아팠다. 중학교 2학년 때 당뇨병 2형 진단을 받았다. 튀김류를 분해하지 못해 몸에 과부하가 왔던 거였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 혈당은 하루 6번 잰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이 짜장면, 탕수육 먹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 지 모른다”고 했다.

‘당뇨병 2차 대란’이 오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위험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605만명)이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지난 2012년 당뇨병학회는 2050년 당뇨병 환자가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30년을 추월한 셈이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늘어나는 젊은 당뇨병 환자…비만이 가장 큰 원인

의료계는 2000년대 초반을 1차 대란으로 정의했다. 보릿고개를 거친 세대가 영양과잉으로 50~70대에 당뇨병 환자가 급증한 때다. 비만·고령화 영향으로 젊은층부터 고령층까지 폭넓게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현 시기를 2차 대란으로 명명했다.

특히 젊은 세대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위험 신호다. 당뇨병은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4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당뇨병 진단 현황을 발표했다. 20대 환자는 2017년 2만4117명에서 지난해 3만7916명으로 연평균 12% 올랐다. 30대 환자는 9만2035명에서 11만5712명으로 연평균 5.9% 증가했다. 유병률은 2배가 됐다. 유병률을 살펴보면 2005년 20대는 0.5%, 30대는 1.2%였다. 2016~2018년에는 각각 1.0%, 2.4%로 나타났다.

젊은 당뇨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은 몸 안의 인슐린 요구량을 증가시킨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점점 떨어트려 당뇨병을 초래한다. ‘뚱뚱하면 일단 당뇨병을 의심하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40대 미만 당뇨병 환자의 비만 동반율은 2006년 51.4%에서 2015년 72.4%까지 증가했다.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특히 한국 사람들이 조금만 체중이 늘어도 혈당이 올라가는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좌)연령별 당뇨병 진단 1년 내 병원 방문율. (우) 연령별 당뇨병 진단 1년 내 혈당강하제처방 비율. 양예슬 , 김남훈 등. Korean J Intern Med 2021;36(5):1049-1058.

안 좋은 시선 때문에, 바빠서…병원 안 가는 젊은층

젊은 환자는 치료에 소극적이다. 병원을 잘 가지 않고 투약도 소홀히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진단 받고도 한참 뒤 병원을 찾는다. 혈당 조절을 빨리 하지 않으면 고령 당뇨병에 비해 합병증도 빨리 찾아온다. 조기 사망할 위험이 크다는 보고도 나왔다. 2017년 기준, 20대 환자가 당뇨병 진단 1년 내 병원 방문하는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30대 환자는 20%대였다.

왜 병원을 빨리 찾지 않는걸까. 문 교수는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건강에 대한 과신, 사회적 낙인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대다수 환자가 직장 생활하면서 시간 내서 병원 찾는 게 힘들다고 토로한다”면서 “진단 받고 1년이 넘어 상태가 많이 나빠져서 온 환자를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MZ세대가 고령층이 되는 20~30년 후에는 당뇨병과 합병증에서 비롯된 사회적 비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당뇨병으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은 약 182억9300만달러(약 24억원). 특히 합병증이 있는 환자는 일반 당뇨병 환자 대비 1인당 비용이 5~6배 가량 늘어난다. 

“병원 빨리 와야 치료 쉬워져요”

당뇨병학회는 기존에 40대부터 권고하는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낮추고, 당뇨병 고위험군 검진 시 공복혈당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핵심 지표인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 도입해 숨은 환자를 조기에 찾아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체중 감량 시 인센티브 등 혜택을 주는 정책도 언급됐다.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는 먹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문 교수는 “늦은 시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맛집을 골라 다니는 청년들이 많다. 대중화된 먹방에 등장하는 음식을 보면 칼로리, 염분이 굉장히 높아 당 수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는 음식들”이라며 “먹방이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무 배경 지식 없이 청년층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전문가 사이에서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온라인상 ‘인슐린 주사 맞으면 끝이다’는 등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만연하다”면서 “당뇨병은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 난이도가 낮아진다. 병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달라”고 강조했다. 

Q1. 당뇨병이란

A.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못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질환이다.

Q2. 1형 당뇨·2형 당뇨 차이점은

A. 1형 당뇨는 한국 당뇨병 2% 미만이다. 주로 소아에게서 발생한다. 생활 습관과는 관련 없이 자가 면역 문제로 인슐린을 거의 분비하지 못한다. 98%를 차지하는 2형 당뇨는 주로 4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운동 부족, 비만,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Q3.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당뇨병은 무증상이 가장 흔하다. 그 외에는 삼다 증상인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 나타날 수 있다. 체중 감소, 피로감, 식곤증, 치주염, 피부질환, 시야 흐림, 손이나 발의 따끔거림, 무감각 또는 통증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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