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의 힐링 드라마가 ‘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끝으로 종영됐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25일 ‘킹겐’ 황성훈, ‘제카’ 김건우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선 23일엔 담원 기아가 ‘데프트’ 김혁규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DRX의 공중분해도 확실시됐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날아든 비보(悲報)다.
DRX는 LoL e스포츠 올해의 주인공이다. 막차 티켓을 끊고 4시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출전한 이들은,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예선(플레이-인)부터 결승까지 최장기간 생존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전 역시 열세로 점쳐졌지만, 보란 듯이 T1을 3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기적을 써냈다. 4시드 팀이 롤드컵 최정상에 선 건 DRX가 최초다.
난적을 차례로 넘어서며 성장을 거듭하는 DRX 선수단의 모습은 국내‧외 팬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이들의 행보에서 ‘원피스’와 같은 소년 만화를 떠올리는 팬들도 적잖았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던 팀의 맏형, ‘데프트’ 김혁규의 서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0년 동안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롤드컵 우승만을 향해 달려 끝내는 목표에 도달한 그의 이야기가, 좌절과 실패를 거듭한 이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이다.
덕분에 DRX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롤드컵 직전 약 11만 명에서 25일 기준 14만7000명까지 치솟았다. 업로드 된 영상에는 이번 롤드컵을 계기로 팬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해외 팬들의 댓글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내년에도 팀과 동행하고 싶다는 선수단의 의중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재차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적 시장은 냉정했다. 재계약을 목표로 선수단과 구단이 협상 테이블 앞에 앉았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전원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시장에 나왔다.
차마 떠올리기 힘들었던, 슬픈 엔딩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