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로 하소서” RM 솔로 음반 ‘인디고’ 들어보니

“나를 나로 하소서” RM 솔로 음반 ‘인디고’ 들어보니

기사승인 2022-12-02 16:34:25
솔로 음반 ‘인디고’(Indigo)을 낸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 빅히트뮤직

“퍽 더 트렌스세터.”(F*** the trendsetter·망할 트렌드세터) 그룹 방탄소년단을 이끌며 유행을 주도하는 RM은 2일 발매한 개인 음반 첫 곡 ‘윤’(Yun)을 이렇게 시작한다. 정상에 오르라는 재촉에 지친 걸까.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29세 청년은 “이쪽저쪽에서 받았던 손가락질들이 / 이젠 가야 할 곳이라며 저 산을 가리키지”라며 “예술을 하기 전에 사람이고 싶다”(I wanna be a human Before I do some art)고 고백한다. RM은 이날 소속사 빅히트뮤직을 통해 공개한 신보 소개 영상에서 “어떤 노래가 좋은지보다 그 노래를 쓰고 부른 사람이 더 중요하다”며 “‘인디고’(Indigo)는 이런 내 의지와 사유가 담긴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RM은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로 전 세계 스타디움을 누비던 2019년부터 ‘인디고’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가 “내 감정, 생각, 고민을 담은 일기 같은 음반”이라고 소개한 ‘인디고’는 진실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미술 애호가로도 유명한 RM은 “음악과 그림 모두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어떤 삶, 사유, 서사, 의지를 가진 사람한테서 (예술이)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음반은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온갖 음악 장르를 오간다. RM은 첫 곡 ‘윤’ 앞머리와 마지막에 ‘침묵의 화가’로 알려진 故 윤형근 화백의 내레이션을 넣었다. 윤 화백은 이 곡에서 “진실함(진), 착함(선), 아름다움(미) 중에 진 하나만 있어도 돼”며 “그러려면 모든 욕심 다 버리고 천진무구한 세계로 들어가야 해.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야지. 그게 인간의 목적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 RM은 “윤 화백의 작품과 메시지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을 노래에 담았다”고 했다. 그는 음반 표지에도 윤 화백 작품인 ‘청색’을 내걸었다. “자연에서 추출한 청색(인디고)에서 음반을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판단에서다.

RM. 빅히트뮤직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래퍼로 먼저 활동했던 RM은 ‘인디고’에 알앤비, 펑크, 힙합,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들였다. ‘윤’에는 미국에서 네오 소울 장르를 개척한 에리카 바두가 피처링했다. 한국에서 ‘밀양 박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한국계 미국가수 앤더슨 팩, RM이 “내 어릴적 영웅”이라고 말한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음반 주인공 김사월 등도 음반에 힘을 보탰다. RM은 전날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내가 큐레이팅한 전시 같은 음반”이라며 “더 용감하고 진실하게 지금 제 형태의 심장에 근접한 음악과 언어를 섞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록 밴드 체리필터 보컬 조유진이 피처링한 ‘들꽃놀이’. RM은 “화려하지만 금세 사라지는 불꽃놀이보다는 잔잔하게 핀 들꽃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도입부을 지나 RM이 거친 랩으로 “이 욕심을 제발 거둬가소서”라고 혼란을 토해내면, 서정적인 현악기와 함께 조유진의 노래가 터져 나와 폭발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준다.

“나를 나로 하게 하소서”라는 ‘들꽃놀이’ 속 가사는 최근 몇 년간 RM의 화두였다. 그는 3년 전 내놓은 노래 ‘인트로 : 페르소나’(Intro : Persona)에서 “내가 되고 싶은 나 / 사람들이 원하는 나 / 니가 사랑하는 나 / 또 내가 빚어내는 나”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을 잠시 멈춘다고 알린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빛나는 성과와 기록을 가진 슈퍼스타가 아닌, 자연인 김남준으로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겠다는 열망이 ‘인디고’ 곳곳에서도 엿보인다. RM은 “김남준다운 음반이자 제 또 다른 시작점”이라며 “제가 느낀 것들을 각자 해석하고 공유하며 음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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