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일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시장의 85%를 차지한 ‘빅4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업계 5위권인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2.5%, 롯데손해보험은 2.9%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다른 보험사들의 참여를 재촉했다. 성 의장이 지목한 ‘빅4 손보사’는 업계 1위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다. 시장에선 빅4 손보사가 자동차 보험료의 가격 결정권을 주도한다고 보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항목인 만큼 정부와 여권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손해보험업계도 적극적으로 민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한 국민이 많은 데다 자동차 보험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성의장은 “손보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면서도 보험료 인하 방침을 밝힌 메리츠화재 등에 대해 “당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청에 공감하고, 국민 고통 분담에 동참해 주신 손보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의 1~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8.7%, DB손해보험이 77.9%, 현대해상이 78.8%, 메리츠화재가 76.1%, KB손해보험이 78.2%으로 80%선을 밑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손보사들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지되는 손해율 수치는 대부분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떼돈을 버는 손해보험사라는 인식과 달리 흑자를 경험한 것은 3차례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리두기 해제 후 자동차 이용이 늘면서 사고가 많아져 손해율이 올라가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보험 관계자는 정치권의 압박에 대해 “장기보험, 일반보험을 통해 수익을 내니 자동차 보험에서 적자가 나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율 조정은 시장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정책적으로 바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상위 4개사는 최근 5년간 ‘인하(2017년)→인하(2018년)→인상(2019년)→인상(2020년)→동결(2021년)’의 추이를 보여 왔다. 통상 매년 4월 1회 이뤄지는 자동차보험료 조정 시기가 정치권의 압박으로 당겨지면 앞으로도 보험료 조정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