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 ‘큰 경기에 약한 선수’.
KT 롤스터의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정규리그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다가도,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김하람은 지난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에서도 이러한 꼬리표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자 기존의 폭발적인 모습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어느 때보다 원거리 딜러의 영향력이 중요했던 메타였기에, 팀에 치명적이었다. 시즌 막바지 상승세를 탔던 KT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담원 기아에게 2대 3, 이어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선발전에선 DRX에게 2대 3으로 패하며 롤드컵 티켓을 놓쳤다.
그렇게 KT와 김하람의 한 해도 끝이 났다.
길고 길었던 비시즌. 김하람은 하릴없이 솔로랭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때때로 여행을 그리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서다.
대신 김하람은 KT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한 DRX가 끝내는 우승까지 차지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14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T 사옥에서 만난 그는 DRX의 모습에서 자신의 꿈을 엿봤다고 고백했다. “예전부터 제 꿈이 도장깨기였거든요. 그런데 DRX가 그걸 이뤘잖아요. 우리가 마지막에 DRX를 이겼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게 너무 궁금하고, 조금만 더 잘했으면 우리가 저 자리에 있지 않을까도 그려봤는데, 멋있기도 하면서 아쉬웠어요.”
“엄청 잘한다고 평가 받는 팀은 아니었잖아요. 점점 성장하는 게 보였어요. 다전제를 많이 치르면서 성장해 나간 점이 되게 인상 깊었어요. 우리도 할 수 있었다는 걸 그들에게서 배웠죠. 저희가 만약 롤드컵에 나갔다면, 합을 맞춰 성장했다면 좀 무섭지 않았을까요.”
김하람은 KT의 롤드컵 탈락에 부채감을 갖고 있다. “원거리 딜러라는 포지션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전제에서 저희가 3대 2로도 많이 지고 역전패도 많이 당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잘 못해줬기 때문에 진 것 같아서 그 점이 많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도 받아들일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그렇게 내리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부족한 점을 저도 잘 인지하고 있거 제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될 거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많이 노력해서 결과로 보여줘야 될 때라고 생각해요. 2023시즌엔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줄타기,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좋아하긴 하는데 원거리 딜러로서는 좋지 않을 플레이 일 수도 있어요. 그 선을 잘 지켜야겠죠. 최후의 보루다 보니까 죽지 않고 딜을 잘 넣어주면서 핑퐁을 해주는 게 중요해요. 연습할 때도 그 점을 생각하면서 잘 준비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하람은 2023시즌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계기는 새로 팀에 합류한 ‘리헨즈’ 손시우와의 대화였다. “리헨즈 선수와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진짜 내가 뭘까’라는 주제였어요. 저는 때때로 김하람이 될 수도 있고 에이밍이 될 수도 있잖아요. 에이밍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얘기를 했었는데 시우 형의 질문에 제가 확실히 대답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너는 너를 모르는 데 뭘 어떻게 할 수 있냐’라고 얘기하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에이밍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답을 찾으면 팬들에게 보여드리고도 싶고요.”
현재로서 김하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은 단편적이다. “김하람은 아는 게 잘 없어요. 아는 게 잘 없어서 여행 등 많은 걸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죠. 그저 미래만 생각하죠. 에이밍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하고,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모습을 알가는 과정에 있죠.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하람은 올해를 함께했던 ‘커즈’ 문우찬과 더불어 팀에 새로 합류한 손시우와 ‘비디디’ 곽보성, ‘기인’ 김기인 등 새 얼굴들과 함께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느낌은 어느 때보다 좋다.
“항상 잘해왔던 선수들이라 같은 팀을 하게 돼서 좋더라고요. 한 번씩 꼭 같이 해보고 싶었던 선수들이었는데 함께 하게 돼서 조금은 놀랐어요. 특히 ‘기인’ 선수는 우리 팀에 오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이번에는 나도 팀원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인 형은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 시절 이후 3년 만에 다시 보거든요. ‘국대탑’이라는 혼자만의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잘하는 선수잖아요. 기인 형이 있을 때 항상 든든하고 좋았는데 든든하게 같은 팀이 돼서 좋더라고요. 이번 멤버들이 다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있고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라 이번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확 생겼어요.”
“리헨즈 선수는 라인전도 굉장히 잘하고 원거리 서포터 챔피언을 되게 잘 다루기로 유명해요. 라인전에서의 라인 관리가 되게 섬세하다고 해야 될까요. 판도 크게 보고 장점이 많은 선수예요.”
“스크림을 몇 번 해보진 않았지만 우리 팀이 라인전을 너무 상상 이상으로 잘해서 쉽게 게임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 어느 정도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보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만 해도 충분히 잘할 것 같지만 앞으로 우리끼리 팀 합만 더 올리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화생명e스포츠의 바텀 듀오 ‘바이퍼-라이프’ 듀오는 꼭 꺾고 싶어요. 아무래도 라이프 선수는 올해까지 저랑 호흡을 맞췄던 친구이기도 하고, 바이퍼 선수는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많이 만나 봤는데, 현존하는 원거리 딜러 중에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되게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성장도 잘하고 안정적이기까지 해서 육각형인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김하람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2023년 시즌은 정말 중요한 한 해라 생각해요. 우리 팀 모두 되게 멋있는 형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형들이 원하는 목표까지 제가 어깨동무하면서 같이 가는 게 제 목표예요. 아까 말씀드렸듯 진정한 제 자신을 찾는 것도 목표고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따라서 더욱 성장하고 싶네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