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살아야 기업도 산다"…'상생' 나서는 외국계 유통업계

"지역이 살아야 기업도 산다"…'상생' 나서는 외국계 유통업계

기사승인 2022-12-21 09:00:14
경동시장 한복판에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사진=안세진 기자

외국계 유통기업에서 ‘지역 상생’이 화두다. 스타벅스는 1960년대 지어져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극장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주변 경동시장과의 상생을 도모한다. 또 맥도날드, 무인양품, 농심캘로그 등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신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스타벅스는 지난 17일 경동시장 중심부에 ‘경동 1960점’을 오픈했다. 이 지점은 1960년대 경동시장에 지어진 뒤 운영을 중단한 경동극장의 내부를 살려 카페로 리모델링한 지점이다. 시장 안쪽에 위치한 경동 1960점으로 가려면 여러 가게를 거쳐야 한다. 가는 길에는 한약재, 곶감, 고기, 생선 등을 파는 상인들과 이를 보러 온 중년과 노인들이 가득하다.

시장 안에 스타벅스 로고가 보인다. 계단을 올라 매장 입구로 들어서면 상영관 구조를 보존해 양문으로 된 출입구가 나타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때 거대한 대형 극장이었던, 이제는 스타벅스인 공간이 소비자들을 반긴다. 매장은 전체 363.5평 규모, 200여석의 좌석으로 구성됐다. 내부는 대형극장을 리모델링한 만큼 정면을 향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계단모양 좌석이 즐비하다. 또 주문을 하면 영화 엔딩 크레딧처럼 주문번호가 벽면에 영사된다. 주문받는 테이블은 스타벅스의 재고 텀블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1960년대 지어졌던 폐극장 '경동극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을 방문하는 MZ세대를 늘려 지역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이번 매장은 지역 상생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연합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와 4자간 상생 협약을 맺었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을 이익공유형 매장인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에서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한다.

같은 맥락에서 경동 1960점에는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연 공간도 마련됐다. 파트너들이 커피를 만드는 매대 앞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선 이달 기준 매일 2회씩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과 상생 협약을 바탕으로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시장 유관자에게 스타벅스 바리스타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또 상생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상인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다. 특히 젊은 층의 시장 유입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경동시장에 자주 방문한다는 A씨(72)는 “최근까지 경동시장은 사실상 노인들만 가득한 공간이었다. 며칠 전부터 지하철역에서 젊은 친구들이 함께 내린다”며 “근처에 카페가 생겼다고 하던데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B씨(60)는 “젊은 친구들이 제품을 안사도 된다. 그냥 이 거리에 젊은이들이 북적댄다는 것 자체로도 보기가 좋다”며 “물론 방문했다가 경동시장에서 파는 제품을 구매해가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문래동, 성수동처럼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어우러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심켈로그는 서울 연희동 로컬샵 7곳과 손잡고 자사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상생’은 유통업계에 있어 중요 화두다. 특히 매년 로열티를 현지 본사에 내는 외국계 기업일수록 지역 상생 제품 또는 매장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앞서 농심켈로그는 지난 10월 3주간 서울 연희동 로컬샵 7곳과 손잡고 자사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켈로그 오트로드 by 연희’를 개최했다. 이 역시도 자사 제품 홍보를 지역 상생과 함께 이뤄낸 활동이다. 켈로그는 한정판 굿즈와 제품 판매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체에 기부하며 상생의 가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녕갈릭버거를 선보여 2년 동안 30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창녕갈릭버거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 중 하나로 85t의 창녕마늘을 사용하며 군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은 창녕갈릭버거 재출시를 위해 마늘 납품가를 창녕군연합사업단과 협의해 낮췄다. 또 지속적인 협업을 위해 반가공센터 설립으로 2차 가공비를 줄이는 해결안을 제안했다.

무인양품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지역 농민, 작가, 상인 등과 다양한 협업을 펼치고 있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에서 설립된 생활용품 전문점이다. 국내 시장엔 2004년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일본의 양품계획과 한국의 롯데상사가 합작법인 무인양품 주식회사를 설립해 진출했다. 국내 무인양품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 초에는 강원도에서 유기농으로 자란 곤드레, 시래기 등 식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진출이 많아지는 글로벌 시장 상황 속에서 각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같은 지역 상생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이 살아야 또 기업이 산다.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는 자사 제품들에 대해 색다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해당 소상공인과는 상생 기회를 나눌 수 있다”면서 “나아가 이는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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