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옛말’ 세종·인천, 거품 빠지자 집값 추락

‘고공행진 옛말’ 세종·인천, 거품 빠지자 집값 추락

기사승인 2022-12-22 17:20:02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DB.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던 세종과 인천이 집값이 급락하는 등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원정 투자에 나서던 외지인 거래자들이 고금리로 인해 자취를 감추며 거래 절벽, 매매가격 하락 등 주택시장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1월 기준 지난해 말 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어 인천도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하락폭은 -4.8%로 전국 변동률을 웃돌았다. 세종과 인천은 투자가 집중됐던 지역으로 대외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 등의 악재로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서울 거주자들의 다른 지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올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주택 가격 하락세에 서울 거주자의 ‘원정 투자’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거주지별 주택매매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1월~10월 서울 거주자의 타 지역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6121건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3만2156건으로 57.8% 줄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세종시는 전년(423건) 대비 139건으로 67.1%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인천도 9651건에서 3811건 60.5% 줄어들었다.

세종과 인천은 외지인 투자자들의 감소로 인한 거래 절벽에 이어 매매가격 하락, 미분양 등 침체 등 주택시장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인천은 지난해 아파트가격이 34.52% 상승했으나 올해 5.34%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종도 지난해 42.81% 상승했지만 올해 4.16% 하락했다. 인천은 지난해 가격 급등과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세종은 2020년 행정수도 이전 등의 이슈로 아파트값이 치솟다가 지난해 10월부터 1년 넘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에 분양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세종과 인천은 최근 진행한 청약에서 1순위 분양에 실패, 분양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청약홈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20일 1순위 청약을 실시했지만 총 400가구 모집에 202명만이 신청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GTX-B는 물론 인천지하철 1‧2호선이 다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임에도 미달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종 조치원역 부근 한신더휴 특별공급에서 101세대 공급에 58명이 청약한 것에 이어 20일 진행된 1순위 일반공급에서도 총 129명이 청약해 29세대가 미달됐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는 27가구 모집에 92개의 통장이 접수됐으나 전용 59㎡A타입은 272가구 모집에 90명, B타입은 101가구 모집에 20명만 접수하면서 대거 미달됐다. 세종의 경우 높은 분양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신더휴 전용면적 59㎡는 최대 3억2787만원, 65㎡은 3억589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비싼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 외지인 원정투자는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 “세종시는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호재 등으로 재평가 영향이 컸고 인천은 GTX 개발 호재로 송도 중심의 아파트값이 급등해 서울 못지않은 상승폭을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단기 상승폭이 크면 되돌림이 있다. 세종과 인천 모두 되돌림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규제가 완화되도 당장 시장에 반영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지역 내 쌓인 물건이 해소되는 게 먼저다”고 밝혔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세종과 인천 같은 경우 지난해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지인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었다”며 “그러나 세종과 인천 모두 올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높아지자 외지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가 이어져도 금리가 내리지 않는 한 지난해 같은 외지인 투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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