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소비양극화’…안전에는 ‘빨간불’ [굿바이 2022]

고물가에 ‘소비양극화’…안전에는 ‘빨간불’ [굿바이 2022]

기사승인 2022-12-30 09:00:12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다.   사진=안세진 기자
지난 6월 홈플러스에서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오프런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형마트 사이에서 반값치킨 경쟁이 있었다.   사진=안세진 기자

물가인상發 ‘무지출챌린지’, ‘초저가경쟁’…그리고 ‘명품 오픈런’

국내 식품업체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이 그만큼 퍽퍽해졌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 수급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으며,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등의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 라면과 우유, 과자 등 가공식품에서부터 커피,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외식 물가가 모두 올랐다. 

소비자들은 가성비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예컨대 치킨값이 3만원까지 오른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출시한 6000~9000원대 치킨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상품이 나오기 수시간 전부터 줄을 서 대기하는 오픈런을 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상품 경쟁은 피자, 초밥, 탕수육 등으로 범위를 넓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지출챌린지,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무지출챌린지는 생필품 외의 물건을 사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날을 늘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점심값이 무섭게 치솟는 현상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은 직장인들로 하여금 편의점 도시락을 먹게끔 했다. 편의점도 이들을 붙들기 위해 메뉴를 재정비해 가격뿐 아니라 맛까지 차별화한 삼각김밥, 도시락, 컵라면, 줄김밥, 샌드위치 등을 내세웠다.

반면 명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명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오픈런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명품과 패션 분야를 강화했다.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소비’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백화점 3사(신세계·현대·롯데)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21%대로 늘었고, 이기간 영업이익은 42~124%로 급증했다.

한 패션브랜드의 팝업스토어 현장에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지난 6월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의 2030세대들은 각자의 잔을 들고 다니며 와인, 위스키, 맥주, 전통주 시음을 즐겼다.   사진=안세진 기자

‘너 이거 해봤어?’…경험 중시하는 MZ세대

MZ세대가 팝업스토어에 열광하는 한 해였다. 팝업스토어는 특정 브랜드가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간을 정해 놓고 여는 임시 매장이다. 많은 유통업체들이 팝업스토어를 내는 공간으로 성수와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을 낙점했다. 특히 명품과 패션은 물론 식품·주류부터 유통 채널업계는 성수를 팝업스토어 장소로 낙점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성수에서 팝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위스키 등이 인기 주류로 급부상했다. 지난 7월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 중 20‧30대의 비중이 34%로 높았다. 이는 지난 2019년(24%) 대비 10%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소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이어졌다.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가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가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캐릭터 열풍이 불었던 해이기도 했다. 벚꽃시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초대형 벨리곰이 SNS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 쇼핑몰 등의 초대형 캐릭터 전시 바람을 일으켰다. 포켓몬빵은 동봉된 스티커 띠부띠부실 수집 열풍을 타고 새벽 편의점 앞 오픈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짱구라면, 쿠키런빵, 원피스빵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빼빼로데이 기획 상품에도 캐릭터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한 상품들이 조기 매진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지난 10월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C 계열사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스타벅스는 지난 여름 행사 상품으로 기획한 ‘서머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 이에 전상품을 회수하고 공식 사과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소비자·근로자 안전 ‘빨간불’

각종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지난 여름 행사 상품으로 기획한 ‘서머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 이에 전상품을 회수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행사 과정에서 폼알데히드 검출 사실을 알고도 제품을 증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차례 더 공분을 샀다. LG생활건강 물티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유독 성분이 검출되어서 식약처는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은 해당 사실을 홈페이지에 이틀 뒤, 언론에는 나흘 뒤에 알려 논란이 일었다.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9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해당 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이거나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등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지난 10월에는 SPC그룹 계열 SPL 공장에서 20대 근로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같은 달 23일엔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손 끼임 사고를 당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안전 경영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매운동을 피할 수 없었다. 11월에는 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를 당했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폐지가 대구에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사진=안세진 기자
내년부터 식품 포장 등에서 ‘유통기한’이 사라지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사진=안세진 기자

유통기한 등 내년부터 바뀌는 것들

내년부터 식품 포장 등에서 ‘유통기한’이 사라지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소비기한의 경우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법을 준수할 시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의미한다. 그렇다 보니 소비기한은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설정된다. 소비기한이 설정된 식품은 오는 2025년까지 2000여 개 품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폐지’가 대구에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대구는 광역시 최초로 내년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대형마트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야간‧주말 노동에 시달리는 종사자들을 쉬게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유통시장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확산될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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