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프로 배구선수 조재성(27·OK금융그룹)이 혐의를 인정했다.
조재성은 28일 밤 SNS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저는 병역 비리 가담자”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한 시즌만 더, 한 시즌만 더 뛰자는 마음으로 입대를 연기해왔다”며 “학점은행제로 연기할 수 있는 일수가 얼마 남지 않아 당장 입대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포털사이트에서 입영 연기에 대해 검색을 하다 포털사이트가 인증하는 전문가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재성에 따르면 국군국방 전문 행정사라고 밝힌 A씨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1년 입대 연기가 가능한가”를 묻는 조재성에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한다.
프로필을 보고 아무런 의심 없이 A씨와 만났다는 조재성은 “그 행정사는 입대 연기는 물론이고 병역 면제도 가능하다며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재성이 A씨에게 “하지 않겠다”고 연락했지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조재성은 “(A씨가) 이미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안 하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했다.
조재성은 “저는 그렇게 병역 비리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만이라도 (입대를) 연기해서 빚을 조금이라도 더 갚고 싶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몇 년 전 가족이 큰 사기를 당하면서 모아둔 돈을 전부 잃고 대출까지 받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입대하게 되면 빚이 불어날 상황이었다. 그런 못난 마음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조재성은 “오로지 배구밖에 모르고 살다보니 세상 물정에 무지했다. 판단력이 흐려져 나쁜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저지른 어리석고 엄청난 일은 아무리 후회하고 참회해도 용서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정말 죄송하다. 잘못했다. 앞으로 성실하게 검찰 조사받고 벌 받겠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뇌전증 등 질병 증상을 허위로 꾸미는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를 받는 브로커 A씨가 지난 21일 구속됐다. 검찰은 조재성이 A씨를 통해 병역을 감면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21일 출석을 통보했다.
조재성은 2020년 현역 입영 대상인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 1월 뇌전증 증상 진단을 이유로 재검 끝에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성은 내년 1월 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OK금융그룹 구단은 즉시 조재성을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내년 1월 29일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조재성을 제외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병역 면탈 의심자는 수십 명으로 그중 복수의 프로스포츠 선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